싸다고 의심 마세요, 진짜 한우예요

김성윤 기자의 골라 먹기 - 청태산
  • 등록 2007-05-17 오전 11:20:00

    수정 2007-05-17 오전 11:20:00

▲ 청태산의 등심모둠.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조선일보 제공] 요즘 고기를 먹으려면 이(齒)보단 심장이 튼튼해야 한다. 깜짝 놀라 심장마비를 일으킬만큼 한우 고기값이 비싸다. 서울 유명 고깃집 최고급 한우 꽃등심 1인분(150g)이 평균 4만원대. 5만원을 넘는 집도 드물지 않다.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문을 연 청태산은 심장 약한 사람도 걱정없이 한우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고깃집이다. 대표 메뉴인 ‘등심모둠’이 600g에 4만8000원. 1인분에 1만2000원이니, 대단히 저렴하다. 고기 질도 떨어지지 않는다. 마블링이 상당히 잘 된 편이다. 한우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 한우 암소만 쓴다. 서원면 농협으로부터 소를 통째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고기 원가와 유통비용을 낮춘다. 고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육질만큼 어디에 어떻게 굽느냐가 중요하다. 고기를 주문하면 벌겋게 달궈진 숯이 가득 담긴 화로를 내온다. 자잘하게 부서지지 않고 큼직한 상등품 숯이다. 여기에 열전도율이 높아서 요리도구 소재로는 최고로 꼽는 구리로 만든 석쇠를 얹고 고기를 굽도록 한다.




▲ 암소 한우 고기가 1인분 1만2000원!-고깃집 '청태산'

물론 다 좋기만 한 건 아니다. 600g은 쇠고기와 함께 나오는 양파와 버섯까지 포함된 중량으로 고기는 570~580g. 그래서인지 수치상으로는 4인분이지만, 성인 남자 둘이 먹기에 알맞다는 느낌이다. 배가 불러서 헉헉댈 정도는 절대 아니다. “고기가 정육점 가격이라 숯과 야채 값으로 1인당 2000원씩 내야 한다”는 종업원의 설명에는 솔직히 섭섭했다. 차라리 고기값을 올리고 숯과 야채 비용을 따로 받지 않는 편이 덜 야박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식당 규모에 비해 종업원이 부족한지, 고기를 가져다 주면 다시 보기 어렵다. 식당을 세 번 방문했는데, 매번 직접 고기를 잘라 먹어야 했다.

마블링이 잘된 최상급 꽃등심과 그보다는 떨어지는 등심이 섞여 나온다.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맛있는 고기를 먹고 싶다면 등심모둠보다 1만원 더 비싼 ‘특수모둠(600g 5만8000원)’을 주문하는 편이 낫다. 지방이 고루 퍼진 꽃등심에 안창살, 살치살 등 고급 구이용 부위들이 섞여 나온다. 진짜 고기 좋아하는 ‘육식동물’급 입맛이라면 ‘육사시미(200g 4만원)’를 권한다. 기름기 전혀 없는 우둔 부위를 도톰하게 썰어 날로 낸다. 인절미처럼 찰지다. 고추장 양념을 찍어 먹으라고 내지만, 소금만 찍어 먹는 편이 고기 맛을 즐기기 좋다.

식사는 ‘된장찌개(5000원·고기 먹으면 1000원)’ ‘냉면(5000원)’ ‘회냉면(6000원)’ ‘국밥(5000원)’ ‘설렁탕(6000원)’이 있다. 된장찌개나 냉면류보다 국밥과 설렁탕이 훨씬 낫다. 주차는 공영주차장 이용. (02)714-5077, 6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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