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들도 답답했겠지만 통쾌한 승리를 기대했던 관중들의 실망은 더 컸다.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일부 관중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
한국 수비는 구멍이 숭숭 뚫린 헤진 그물망 같았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16위인 시리아 공격진을 압도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김호 전 국가대표감독과 이영진, 김주성 등 국가대표 출신 전문가들은 “수비가 걱정이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우려는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김호 전 감독은 리더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들었다. “두 명의 수비수 중 적어도 한 명은 경기에서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데, 김상식과 김동진은 둘 다 자기 공간을 막는 데만 급급하다”는 것.
수비에서 나가는 패스도 부정확해 상대 공격수들에 끊기는 위험 천만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진한 2002월드컵대표팀 코치는 “시리아의 첫 골은 둘간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아 나온 것”이라며 “김동진과 김상식의 움직임이 엇갈리면서 시리아에 공간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핌 베어벡 감독의 수비 라인 구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됐다. 김대길 KBS 스카이 해설위원은 “소속팀에서 김상식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김동진은 왼쪽 수비수를 보고 있다”며 “뒷 공간을 자주 허용하는 등 중앙수비수에 대한 포지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평론가 정윤수씨 역시 “베어벡 감독이 수비진에 어떤 주문을 했는지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며 “서로 들어가고 나와주는 약속된 플레이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올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마지막 국가대표경기였던 시리아전엔 올해 최소관중인 2만4000명이 찾았다. 썰렁한 경기장에서 애타게 응원하던 관중은 답답한 90분이 지나자 야유까지 보냈다.
조재진 선제골 끝까지 못지켜 대만 꺾은 이란과 함께 진출
▲ 시리아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선 상황에서 득점에 실패한 최성국. | |
3승2무(승점 11)가 된 한국은 다음달 15일 이란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조 2위를 확보, 이날 대만을 2대0으로 꺾은 이란(3승2무)과 함께 본선에 진출했다. 2007 아시안컵 본선은 내년 7월 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4개국에서 열리며, 예선 A~F조 상위 2개 팀씩 12개 팀과 개최국 4개 팀 등 16개국이 참가한다.
초반 탐색전을 마친 한국은 9분 만에 조재진의 헤딩 슛으로 기선을 잡았다. 최성국이 날카로운 왼쪽 크로스로 공을 조재진의 머리에 떨궜다.
한국은 전반 18분 롱패스 한 방에 수비진이 무너지며 시리아의 알 사예드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들어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측면 돌파에 이은 헤딩 슛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이어졌고, 결정적인 슈팅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본선진출 목표이뤘어도 과정은 만족할 수 없어”
▲핌 베어벡 축구대표팀 감독=추가골을 넣지 못한 것이 가장 실망스럽다. 아시안 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는 이뤘지만 과정은 만족할 수 없다. 상대의 역습 한 번에 실점한 것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시리아가 밀집수비를 펼쳐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다. 크로스가 많았지만 부정확했고 페널티 지역에서 집중력도 떨어졌다. 김남일, 김정우, 김두현 등 미드필더들은 잘했다. 아쉬운 점은 조재진이 고립됐다는 점이다. 경험 많은 설기현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옮겨 조재진을 도와줬어야 했다. 시리아의 역습을 막을 방안을 고민하다 교체를 하지 않았다. 공격 쪽에 마땅한 교체 선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