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북한의 위협과 대화` 동시에 강조

  • 등록 2004-05-31 오전 10:41:53

    수정 2004-05-31 오전 10:41:53

[edaily 안근모기자]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힘을 앞세운 독선적 민주주의 강매였다면,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는 돈독한 동맹관계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안전한 미국`을 복구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같은 큰 그림에 따라 케리는 대북 정책에서도 부시 행정부와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직접 대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해 나가겠다는 것. 다만 케리 후보 역시 `악의 3대축`으로서의 북한의 위험성을 함께 강조,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일정한 선을 그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과 직접 감군·정전협정·통일 논의하겠다" 케리 후보는 28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즉각 양자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서의 병력감축과 정전협정의 대체, 통일문제 등을 주요 북미대화 이슈로 제시했다. 북-미간 양자 협상은 북한이 그동안 줄곧 요구하던 사안이었으며, 부시 행정부는 이를 거부해 왔다. 같은날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군사적 위협을 가함으로써 김정일이 핵개발을 서두르게 됐다"고 비난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대로 그는 인터뷰에서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나의 참모들은 김정일이 면전에서 속이고, 돌아서서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과 직접대화를 하지 않은 부시 행정부를 비난한 이유도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라크는 잠재적 위협을 가진 `나쁜 이웃`에 불과했고, 북한과 이란은 테러리스트들에게게 핵무기를 넘겨주는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대북정책 급변 예상은 어려워 민주당 케리 후보가 북한과의 직접대화 필요성을 강조, 전향적인 포용자세를 내비치면서도 동시에 북한의 위협을 이라크보다 높게 평가한 것은 부시의 대외정책과 차별화하려는 그의 선거 전략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는 최근 9.11사태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테러 위협으로 심난해 있는 유권자들에게 "미국이 위험에 빠진 것은 부시의 오만과 오판 때문"임을 집중 부각해 왔다. 따라서 그는 북한의 위험을 더 강조함으로써 이라크 전쟁을 선택한 부시의 현실인식을 비판하는 동시에, 대화를 내세움으로써 부시의 실패한 위험대응 방식의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주한미군 차출을 비판한 대목도 다분히 부시의 현실 오판을 강조하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미국 스스로가 전쟁을 수행중임을 감안,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기존의 대외 전략을 유지하는 현실주의를 채택하면서도, 부시의 대외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술`적 변화를 내세우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그는 대외정책 전반에서 `동맹과의 공조 복원`을 강조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 해법에서도 `6자회담` 병행 방침을 표방하고 있어, 대북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내놓을 지는 제시하지 않은 대목은, 이번 북한 관련 발언이 구체적인 대북 로드맵 아래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대외정책의 차별성과 개선방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각된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미국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북미 양자회담을 공언함으로써 당분간 `6자회담`에는 기대를 걸기 어렵게 됐다. 양자회담을 줄곳 주장해온 북한이 다자회담에 흥미를 느낄 이유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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