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신청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의 2차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4일 자사의 ‘리튬이차전지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재의 양극 활물질 전구체 설계, 제조 및 공정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판정해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심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국가핵심기술이란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가 필요한 국내 기업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지정하는 제도다. 매년 기술 추가와 기존 기술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는 지난 7월 평가가 완료됐다.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원자력 등 13개 분야 76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인수 후 중국에 매각할 가능성을 들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MBK는 향후 고려아연을 중국 자본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사모펀드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간이 통상 5년 안팎이라는 점에서 국내에 원매자가 없다면 해외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가 사모펀드의 수익과 직결되는 셈이다.
‘양날의 검’ 국가핵심기술, 해외 수출 길 막을 수도
국가핵심기술은 M&A에 있어선 양날의 검으로 작용해왔다. 자국 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고 해외 기술 유출을 방지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해외 자본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부정 의견도 맞선다.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쥐고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핵심기술 기업을 외국기업에 매각하거나, 외국 자본이 국가핵심기술 기업에 투자할 때도 산업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16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공작기계를 매각할 당시에도 외국계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1조 3600억원대 인수가를 제시했지만 기술 유출 논란이 일며 무산됐다. 두산공작기계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고정밀 5축 머시닝센터의 설계 및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스탠다드차타드PE가 제시한 가격보다 낮은 1조 1300억원에 인수했고, 2021년 국내 자동차 부품사 디티알오토모티브에 2조 4000억원에 재매각하는데 성공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기술 수출과 M&A 과정에서 복잡한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있다”며 “해외 수출이나 진출 기회가 제한되는 탓에 일부 기업들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꺼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