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췌장암은 발병률 8위에 이를 정도로 유병률이 높지만, 5년 생존율은 15%를 밑돌 정도로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최근 췌장암 진단 비율 상승과 더불어 항암치료제의 발전, 복강경·로봇수술의 고도화에 힘입어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의 비율이 늘고 있고, 수술 시 5년 생존율 역시 과거보다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람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췌장암은 더 이상 난공불락의 암이 아니라, 적극적인 수술과 항암 치료로 극복할 수 있는 암”이라고 전했다.
◇ ‘복부통증·체중감소·황달’ 있으면 의심
췌장암은 비교적 몸 속 깊숙이 위치해 암이 발생해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징적으로는 복부 및 허리통증, 급격한 체중감소와 황달을 꼽을 수가 있는데, 명치와 허리, 등쪽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소화불량 및 식욕부진, 한 달 이내 평균 체중의 10% 이상 급격한 체중감소가 나타난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환자 절반 가량은 암으로 담관이 막히며 황달이 발생하며, 40세 이상에서 당뇨가 갑자기 생기거나, 원래 가지고 있던 당뇨가 확 나빠지는 경우도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췌장암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요 증상들은 발생하더라도 췌장암으로 특정하기 어려워 조기에 암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수술 기법 발전.. 로봇의 활용성 점점 넓어져
가장 대표적으로는 수술법 발전을 들 수 있다. 췌장암 절제술은 췌장과 십이지장, 담관, 담낭 등 주변부를 절제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과 췌장, 비장, 부신 등을 잘라내는 ‘원위부 췌장절제술’ 등으로 나뉜다. 모두 췌장과 그 주변부를 광범위하게 들어내야 하고, 이들을 다시 소장과 연결하는 등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대규모 수술이다.
이러한 췌장암 수술은 과거 출혈과 후유증이 남는 ‘개복’ 수술을 위주로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구멍(포트) 몇 개만으로 수술에서 복강경/로봇 수술로 넘어오며 회복이 빨라지고 항암치료도 빨리 시행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 발전하고 있는 로봇 수술은 고해상도 3D 카메라로 시야를 확보해 보다 복잡한 수술도 정확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으며, 로봇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소형 카메라와 정밀 로봇 팔을 사용하여 수행된다. 이보람 교수는 “로봇수술은 좁은 복강 내에서 췌장소장문합술과 같은 어려운 술기를 시행하는 데 유용하고,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어 점점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항암제 발전으로 생존기간 연장
술기 발전과 함께 큰 변화는 항암제 발전을 꼽을 수 있다. 췌장암은 진단 시 암이 많이 자라있어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많았고, 수술해도 재발률이 매우 높아 생존율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항암제의 발전으로 진단 시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서 먼저 항암치료를 시행해 종양 크기를 줄인 후 수술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라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수술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가족력 등 고위험군은 주기적 건강검진 필수
현재까지 알려진 췌장암의 가장 주요한 위험 요인은 흡연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이 약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를 끊더라도 끊은 기간이 10년은 지나야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만큼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빠른 금연이 필수적이다. 또 다른 위험 요인은 유전이다. 췌장암 환자의 열명 중 한명이 유전적 소인을 타고나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최대 6배까지 증가한다. 따라서 직계 가족 중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거나 나이에 상관없이 두 명 이상 췌장암을 앓았다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만성 췌장염, 비만, 당뇨, 육류·지방·탄수화물의 과도한 섭취, 나이 등이 췌장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대한 이런 위험요인들을 피하고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것을 권장한다.
◇ 췌장암, 이제는 ‘완치 가능한 암’
여전히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절망적’이라는 표현을 썼던 과거와는 다르게 수술이 가능한 경우도 많아졌고, 수술 예후도 크게 향상됐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보람 교수는 “췌장암을 진단받더라도 그 이름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압박감과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 부담에 휘둘려 치료를 포기해선 안 된다”며 적극적인 치료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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