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 빅뱅]기우성 셀트리온 대표가 말하는 셀트리온의 강점③

직원들의 창의,열정가득한 기업문화가 최고경쟁력
"10년후 셀트리온은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기업"
지속적, 장기적인 과감한 투자만이 제약강국 보장
사업초기 에이즈백신 프로젝트 실패때 가장 힘들어
  • 등록 2020-06-16 오전 8:35:25

    수정 2020-06-16 오전 8:35:25

[이데일리 류성 기자] “이제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대형 바이오기업을 일궈내겠다는 평소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자 한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2030년까지 매년 한 개 이상의 제품을 세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 및 임상에 더욱 매진할 것이고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키는 것도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셀트리온이 누구도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은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에 성공한 것을 가장 보람있는 일로 꼽았다. 셀트리온은 기술적으로 가장 어렵다는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의약품 규제기관인 유럽 의약품청(EM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잇달아 판매 승인을 받으면서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졌다는 평가다. 기부회장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함께 대우자동차에서 근무한 선후배 사이로 셀트리온의 창업동지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이 단기간에 급성장할수 있었던 배경을 묻는 질문에 기부회장은 “임직원 개개인의 창의적이고 열정 가득한 기업문화”를 꼽았다. 경영진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임직원 각자의 마음에서 먼저 우러난 열정으로 일하는 기업문화가 오늘의 셀트리온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기부회장은 셀트리온이 기존 전통제약사 대비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차이점으로 첫 시작부터 세계시장 도전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벌여왔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셀트리온 창업자인 서정진 회장은 사업을 구상하던 초창기 시절부터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생산을 목표로 했던 만큼 케미컬 의약품 중심의 제약사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면서 “샐러리맨 시절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바이오 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예측하고 이에 매진해온 서회장의 선견지명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부회장은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의 창업자 헨리 포드는 창조적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절약보다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장기적이고 적정한 투자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 셀트리온은 한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의 30%에 이른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2004년 에이즈 백신 개발 프로젝트의 3상 임상시험이 모두 실패하면서 셀트리온이 청사진으로 세워놓은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위기이자 가장 힘든 순간으로 기억된다.”

기부회장은 셀트리온이 탄생한후 첫 프로젝트였던 에이즈 백신개발이 실패로 끝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회고했다.

-창업 20년 만에 국내 제약업계 평정을 눈앞에 둔 소감은 어떤가

△ 셀트리온은 누구도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은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독자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다. 주변의 의심과 염려를 자양분삼아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일궈 전 세계 의료환경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자부심을 갖는다.

셀트리온은 이제 글로벌 종합 생명공학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특히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이 갖는 사회적 책임을 깊이 통감했다. 지난해 ‘그룹 비전 2030’ 선포식에서 천명했듯,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은 물론 바이오-케미컬-U헬스케어 등 헬스케어 전반에 걸쳐 산재한 수많은 과제를 지금까지 그러했듯 묵묵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셀트리온 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적인 경쟁력이 있다면

△임직원 개개인의 창의적이고 열정 가득한 기업문화다. 경영진의 지시 때문이 아닌 임직원 각자의 마음에서 먼저 우러난 열정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본다. 셀트리온 임직원들은 회사의 미래가 국내시장이 아닌 세계시장에 있음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같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도전정신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책임감과 전문성을 통해 회사가 나가는 방향에 온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파워풀한 응집력도 우리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던 차별적인 경쟁력이다.

- 단기간 급성장을 이룬 셀트리온과는 대조적으로 전통 제약사들은 성장세가 더디다. 그 원인은

△ 셀트리온은 첫 시작부터 세계시장 도전을 목표로 삼고 지금까지 정진해 왔다. 해외시장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 거대한 시장에 꼭 진출해 승부를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성과가 있지 않을까?

오늘날 셀트리온의 성장은 결코 단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셀트리온은 설립 이후 독자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첫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1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은

△셀트리온이 한해 R&D에 투자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의 30%에 이른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많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퍼스트무버를 넘어 게임체인저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미래 신성장 동력은 바이오시밀러, 항체신약, U-헬스케어(원격 진료)다. 이에 대한 투자 역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장기적이고 적정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사업초기 오늘날 셀트리온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는가

△실제 제넨텍 같은 글로벌 기업의 성공을 보면서 셀트리온의 미래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사업초기 겪었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당시에는 바이오시밀러라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은 탓에 우리의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회의감이 지배적이었다. 의약품 개발 후 임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의료진 설득은 물론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 모집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난관에 부딪히면서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잦았다.

하지만 도전을 멈출 수는 없었다. 국내와 세계 각국에서 셀트리온이 처음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뀌었다. 세계 곳곳에서 램시마를 인정하고 권장하는 의료인들이 속속 등장했고 수많은 환자들이 램시마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램시마는 현재 유럽시장에서 오리지널의약품을 넘어선 60%의 시장점유율(IQVIA, 2019년 4분기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들었던 일은, 또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셀트리온은 창업 후 바이오 산업의 가치에 주목해 가장 먼저 에이즈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제넨텍 자회사인 벡스젠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이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파일럿 플랜트를 세웠다. 하지만 2004년 에이즈 백신 개발 프로젝트의 3상 임상시험이 모두 실패하면서 셀트리온이 청사진으로 세워놓은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위기이자 가장 힘든 순간으로 기억된다.

이후 셀트리온은 벡스젠과의 JV를 통해 1공장 건설 및 가동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사전에 축적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으며, 프로젝트 실패 이후 오히려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사업에 돌입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가장 보람있는 일은 회사의 첫 제품, 램시마가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허가받은 그 순간이 아닐까. CMO 사업을 중단하고 누구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시작하고 본 첫 결실이어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셀트리온이 가장 경계해야할 경쟁 상대는 누구로 보는가

△시장에 뛰어 들어와 있는 기업 모두가 경쟁사다. 국내 기업들과는 서로 선의의 경쟁은 계속 하겠지만, 대형 다국적사들이 과점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몫을 늘리는데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본다. 국가 차원에서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민관학 생태계 조성, 정책지원, 기초과학 육성 등 개별 회사가 아닌 업계 차원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셀트리온도 이런 측면에 관심이 많고 실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중기부, 인천시청과 함께 바이오 유망기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인천 스타트업파크’ 사업에 참여한 것도 바이오 기업간 상생을 통해 국가 제약바이오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10년 후 셀트리온의 모습은 어떨 거라고 내다보는가

△10년 후에 셀트리온의 모습은 대한민국이 탄생시킨 글로벌 톱티어 제약바이오기업이 아닐까? 셀트리온은 지난해 5월 2030년까지 그룹의 성장 로드맵을 담은 중장기 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정진 회장이 직접 발표한 셀트리온그룹의 비전은 2030년까지 약 40조원의 재원을 투자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의약품 시장 선두주자로 나서고, 4차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약 1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유통망을 구축해 한국을 글로벌 바이오 및 케미컬 의약품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주요 사업은 뭔가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역량은 바탕으로 이를 한차원 더 발전시킨 바이오베터(Bio-better) 램시마SC 개발에 성공했다. 램시마SC는 세계 최초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 의약품으로 지난해 11월 EMA 승인을 획득하고, 올 2월부터 유럽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셀트리온은 고유 기반기술을 토대로 항체 신약 분야로 개발영역을 넓히고 있다. 즉, 바이오시밀러-바이오베터-항체신약-U헬스케어(원격진료)로 이어지는 향후 의료 산업의 흐름에 따른 단계별 개발 전략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셀트리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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