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쇼크와 글로벌 경기후퇴의 진원지였던 부동산 시장의 꼬인 실타래가 풀리는 것일까.
아직은 반등 폭이 제한적인데다, 가계 소득감소 등 불안요소도 적지 않아 안심하기는 이르다. 다만 부동산발(發) 위기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회복의 퍼즐이 맞춰져 가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 美·英 부동산 반등신호
미국의 대도시 주택가격이 3년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미국의 주요 20대 대도시의 주택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S&P 케이스쉴러(S&P/Case-Shille) 주택가격지수는 전월비 0.5%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17% 내렸지만 낙폭은 9개월만에 가장 적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17.9% 하락)를 웃도는 것이다.
미국의 부동산 매매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조짐. 앞서 발표된 6월 기존주택판매 건수는 석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고 신규주택판매도 8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미국과 함께 부동산 회복 지각생이던 영국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집값 추이를 나타내는 부동산 등록지수(Land Registry Index)는 6월중 0.1% 상승해 지난해 1월이후 18개월만에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스페인에서도 최근 은행에 차압당한 주택 매물을 헐값에 사들이기 위한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앞서 느낄 수 있는 리츠(REIT's : 부동산투자신탁)의 주가 흐름도 강세다. 다우존스 리츠지수는 지난 3월 저점이후 50% 가까이 반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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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투자회사들의 신규 리츠 설립도 잇따르고 있다. 알짜배기 호텔과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을 헐값에 인수하기 위한 총탄 마련에 나선 것이다.
지난 두 달간 미국에서 설립된 신규 리츠는 8개로, 이들은 최근 총 39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는 아폴로매니지먼트와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앤절로고던&CO 등 대형 사모펀드와 투자회사들이 설립한 리츠도 포함돼 있다.
◇ 실타래 풀리나
미국은 2007년으로 접어들면서 마냥 오를 것만 같았던 집값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소비를 즐겼던 미국 가계는 파산위기에 몰렸다. 버티다 결국 두 손을 드는 사람이 늘면서 시작된 게 신용도가 낮은 모기지(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사태다.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 그리고 이들 은행이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했던 유동화증권에 투자했던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구렁텅이에 빠졌다. 부실은 미국 대륙을 건너 전 세계 금융 시장으로 급속히 전염됐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다. 이후 본격화된 금융 시장내 신용경색으로 기업들의 돈줄이 마르면서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 옮겨붙었다.
이처럼 위기의 시작과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미국의 부동산시장 반등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위기의 진원지이자 가장 근원적이었던 환부가 치유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 `반신반의`
전문가들의 의견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S&P의 데이비드 블리처 회장은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마침내 안정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예일대 교수이자 케이스-쉴러지수의 창시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는 "미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신뢰가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기후퇴가 막바지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며 "주식 시장도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집값 반등을 지켜본 시몬 루빈슨 차타드서베이 이코노미스트도 "주택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아직 숲을 빠져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일시적인 반등이라는 의견과 고용침체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로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더 살얼음판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이번 미국 주택가격 반등은 차압물 경매 감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집값은 향후 5~6개월 더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