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준 건 바로 정보기술(IT)주들이었다. 집값 하락이나 신용경색 올가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 때문.
인터넷 황제 구글 주가가 700달러대를 넘어서는 등 한 해 동안 50% 올랐고, `아이폰` 돌풍을 이끌며 애플 주가도 승승장구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9.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여전히 IT주에 기대를 걸어도 되는 것일까.
새해 들어 나스닥 지수는 경기후퇴(recession) 덫에 걸린 전체 장세와 달리 가지 못했고, 줄곧 내리기만 했다.
9일(현지시간) 반등하긴 했지만 전체론 6.7% 하락했다. 다우존스 평균지수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가 4%대의 하락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더 골이 깊다.
지난 두 주간 다우존스 윌셔 테크놀러지 지수도 11% 가까이 급락했다.
개별 종목별론 인텔 주가가 15%, 구글이 6% 하락했고, S&P500 종목인 애플도 10% 가까이 내렸다.
◇IT株도 경기후퇴 덫에..`IT 지출 준다`
IT주 하락을 유도하고, 상승을 가로막는 주 요인은 바로 실적.
경기후퇴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까닭이다. 금융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 이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IT주 실적도 당연히 타격을 입게 된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IDC는 지난 달 올해 전세계 IT 지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6.6%에서 5.5~6%로 낮췄다. 2007년 IT 지출은 6.9% 늘었다. 포레스트 리서치는 특히 미국의 IT 지출 증가율은 올해 5.2%에 불과할 것이라며 기존 6.4%에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스트래티지스트는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IT주 비중을 19%로 가져가라고 했지만, 이를 15%로 줄였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15일)을 시작으로 대형 IT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분기 실적은 대체로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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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텔은 IT 기업 대부분을 대변할 수 있을 만한 기업인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월가는 인텔이 주당순이익(PER) 40센트, 매출 108억4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26센트, 96억9000만달러에 비해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포인트는 현재와 앞으로다.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의 글렌 영 애널리스트는 전체 PC 시장 환경은 견조하고 인텔의 지배적 위치도 유지되겠지만 북미 지역 소비지출이 줄어들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차터 에쿼티 리서치의 존 드리든의 경우 북미 외 지역의 수요가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0% 오르며 선전한 아마존닷컴 주식을 팔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후퇴로 소비심리가 저해될 것을 우려해서다.
아메리칸 테크놀러지 리서치의 팀 보이드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에 대해 `매도(sell)` 의견을 냈고, 이베이 목표 주가도 내렸다.
하지만 이런 우려감이 주가에 반영되며 최근 매도세가 촉발된 것이며, 막상 내놓을 올해 실적 전망이 최악이 아닌 한 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텔을 비롯,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휴렛패커드(HP) 등 다국적 IT 기업들이 미국 외 시장에서 최소 절반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달러 약세의 수혜를 볼 수도 있다는 주장에도 역시 힘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