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피용익기자] "작지만 훌륭한 회사를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덩치를 키우기보단 질적 경영을 통해 좋은 코스메슈티컬 만들기에 주력할 거에요. 우리 화장품도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반도체만 수출 효자 상품이 되란 법 있나요?".
국내 최초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회사 이지함화장품을 이끌고 있는 김영선 사장(36). 강남구 신사동 본사 사장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시원한 달변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난 1991년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김영선 사장은 약사 면허를 취득한 후 제약회사와 화장품회사 등에서 일하며 마케팅 현장을 익혔다. "시장을 알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일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한국 존슨앤존슨에서 피부과병원을 상대로 마케팅을 했던 인연으로 이지함피부과 세 원장들과 친분을 쌓았다. 마침 1999년 의약분업으로 인해 병원의 약품 제조 및 판매가 불가능해지자 이지함피부과는 김 사장과 함께 이지함화장품을 설립키로 합의했다.
이지함화장품은 화장품에 의약품 개념을 도입한 코스메슈티컬이라는 제품으로 화장품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4년만에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약국 판매망을 확대해 45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김영선 사장은 여성으로서 지금의 회사를 일궈내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오히려 여자라서 좋았다"고 말했다. 화장품과 같이 소비자 대부분이 여성인 상품은 여성이 CEO를 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게 김 사장의 주장이다.
약사 출신인 김 사장의 프로페셔널리즘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소다. 지금도 제품의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김 사장은 "코스메슈티컬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CEO로서 피부에 대해서는 피부과 의사만큼 알고 있다"며 "피부를 알아야 제품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를 알기 때문일까. 김영선 사장의 피부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0대 소녀같이 고왔다. 주름 하나 없는 깨끗한 얼굴은 사장실 책장 한 켠에 세워져 있는 바비인형과 닮은꼴이었다.
김 사장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을 꼽았다. 또한 아무리 바빠도 밥도 먹고 화장실에도 가듯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고 강조했다. 매주 3회 회사 근처 휘트니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김 사장은 최근에는 필라테스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직장일과 개인관리만으로도 바쁠 듯한 김 사장의 집안 살림 얘기가 궁금해졌다. 김 사장은 지난 1993년 법조인과 결혼해 현재 11살짜리 아들을 하나 두고 있다. 서울 고등법원 판사인 남편은 아내가 일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김 사장은 "직장여성으로서 결혼과 육아에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으므로 꿈과 끈기만 있다면 여성이 직장생활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직업 마인드를 가진 김영선 사장은 이지함화장품 여사원들에게 줄곧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지함화장품 본사에서 만난 한 여사원은 김 사장을 보면서 커리어 우먼이 나아가야할 길을 생각하곤 한다고 고백했다.
김 사장은 계속해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생각이다. 이지함화장품을 더욱 큰 회사로 만들어 언젠가는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조급하게 덩치를 키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김 사장은 "이지함화장품을 작지만 훌륭한 회사로 만들고 싶다"며 "질적 경영을 통해 좋은 코스메슈티컬 만들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김영선 사장과의 인터뷰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친하게 지내던 대학교 선배를 오랜만에 만나 한바탕 수다를 떤 듯한 편안한 느낌이었다. "40대가 되면 더 활기가 생길 것 같다"고 말하는 김 사장의 미소에서 이지함화장품의 미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