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 증시가 더욱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 엔화 약세로 외국투자자들이 일본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무라 연구소의 리차드 쿠는 "증시에 뛰어든 외국 투자자들은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며, 만약 더 떨어지면 일본 주식을 대부분 털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는 일본의 금융당국이 엔화 약세를 용인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98년 10월 닛케이 지수가 버블 경제 이후 최저수준에 이르렀을 때, 환율은 달러/엔 환율을 147.67엔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의 경제 관료들은 수출증대 차원에서 엔화 가치의 하락을 은근히 기뻐하고 있는 눈치다. 연일 대장성 고위 관료나 금융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엔화 하락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증거이다.
달러/엔이 뉴욕장에서 117.78엔까지 오르며 1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오늘도 미야자와 대장상은 엔화하락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엔화 약세로 일본의 주식은 이미 외국 투자자들에게 찬밥신세를 당하고 있다. MSCI 일본 지수는 지난해 최고 수준에서 엔화가치로 23.1% 하락했으며 달러로 환산할 경우 31.1%나 내렸다.
엔화의 평가 절하를 선호하는 수출업체 조차도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업계내에서도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혜택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1965년때와 같은 한시적인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조치는 위기를 피할 수 있도록 일시적인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적정가격을 조성할 수 있는 시장의 힘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환율과 증시가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경제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의 경제 연구원들은 환율은 일본 경제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며 가장 중요한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엔화 약세로 수출업체들이 호조를 보일 수 있다해도 미국 경기의 둔화는 이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PC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서 관련 업체들은 감원이나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절감을 시도할 수 밖에 없게 됐는데, 이로 인한 고용 불안정으로 경제 회생의 핵심이라는 개인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닛코살로먼스미스바니의 외환담당자인 제프리 영은 "엔화가치 하락이 외국인의 일본 자산 투자를 촉진시킬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은 "그건 일본 경제 대한 신뢰감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며 일본 증시가 지금과 같은 약세 기조에서 전환기를 맞지 못하면 신뢰감 회복은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