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품귀, 3년물 연중 최저치(마감)

  • 등록 2000-06-02 오후 5:47:07

    수정 2000-06-02 오후 5:47:07

2일 채권시장에서는 대형기관 등 기존에 채권매수를 주도했던 기관들을 대신해 일부 시중은행들이 매수강도를 높이면서 금리하락을 주도했다. 1년물 통안채 입찰에 대해 전날 시장의 반응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고채, 통안채가 활발하게 거래됐다. <>시황 3년물 국고채 2000-10호는 장내시장에서 8.75%에 거래를 시작해 8.73%까지 떨어졌다. 장외시장에서는 3년물 국고채 2000-2호, 4호, 8호등이 주로 거래됐다. 이는 2000-10호가 시장에 매물로 잘 나오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0-4호의 경우 8.78%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날 3년물 국고채는 오랜만에 시장에 들어온 H은행 고유에서 집중적으로 매수했는데 오후 3시40분을 넘겨서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2년물 통안채도 8.78%, 8.77%대에서 거래가 시작돼 지속적으로 호가가 떨어졌다. 장막판에는 단기물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이는 다음주에 휴일(6일)이 있어 단기물 운용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부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5년물 국민주택1종등 장기물을 매수하기도 했다. 이날 3년물 국고채는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전날보다 7bp 떨어진 8.75%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5년물 국고채도 9bp 떨어진 9.03%를 기록했다. 3년물 국고채는 주초대비 24bp나 떨어졌다. 2년물 통안채는 6bp 떨어진 8.76%, 1년물 통안채는 2bp 떨어진 8.34%로 마쳤다. 3년물 회사채는 9.77%로 6bp 떨어졌으며 CD, CP는 각각 7.16, 7.46%로 마감됐다. 이날 실시된 1년물 통안채 경쟁입찰에서는 8.34%에 3000억원이 발행됐다. <>시장흐름 이날 시장을 주도한 H은행 고유는 사실상 연중 최저점 이하에서 3년물 국고채를 사들였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제반 여건들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리가 속락하자 추격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H은행 외에도 최근 금리하락을 지켜만 보던 시중은행들이 뒤늦게 매수대열에 합류, 거래를 촉발시켰으나 매수세가 확산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시장관계자들은 최근의 금리하락을 일종의 수급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3년물 국고채의 경우 2000-10호가 8000억원 발행됐지만 유통물량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 등이 보유한 유동성은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큰 변동이 없었다. 결국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리스크 프리 채권인 국고채가 유일한 투자대상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날도 2000-10호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경과물이 대거 거래됐다. 재경부가 이번달 국채발행 규모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국채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부는 일단 1년물 국고채를 3000억원 발행한다고 밝혔다. H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BIS비율을 맞추는데 여념이 없기 때문에 위험성 자산을 극도로 회피하고 있다”며 “채권투자가 국고채로 집중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망이나 펀더멘탈을 따져봤을 때는 불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매물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금리가 속락하자 채권매수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일부에서는 2년물 통안채 8%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그러나 하반기 회사채 차환, 예금보험공사채 등을 감안할 때 수요우위 상태가 장기간 계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은행의 통안채 경쟁입찰 재개 방침이 전해지면서 시장이 갑자기 동요했던 것도 수급에 의존한 시장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를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물론 이날 시장에서는 1년물 통안채 입찰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 종금사의 유동성 위기, 중견그룹에 대한 위기설 등 잠재된 악재가 하반기 물량공급과 맞물릴 경우 수급에 의존하는 채권시장은 의외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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