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25일) 하루 온라인 쇼핑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비대면 쇼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데다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까지 덮치면서 오프라인 소비는 예전보다 열기가 덜했다.
| 25일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중인 미국 조지아주의 한 쇼핑 거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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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미 CNBC 등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업체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블랙프라이데이인 전날 미국의 전자상거래 매출이 전년보다 2.3% 늘어난 91억2000만달러(약 12조2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매출이 90억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어도비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쇼핑 총액이 전년보다 1~3% 늘어난 90억~92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40년만의 인플레이션 속에서 업체들이 대폭 할인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클릭을 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일즈포스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평균 할인율은 3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28%를 넘어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33%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은 장난감과 가전제품, 운동기구 등을 주로 구매했다. 어도비에 따르면 10월 평균과 비교해서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장난감 매출은 285% 급증했고 운동장비도 218% 늘었다.
다만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선불 결제보다는 후불 결제를 선호했다. 어도비는 블랙프라이데이 주간이었던 이달 넷째주의 온라인 쇼핑 후불결제 규모는 전주 대비 78% 증가했다고 밝혔다.
| 25일 뉴저지주의 한 쇼핑몰.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행사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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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이 늘어난 데 반해 오프라인 소비는 예상보다 시들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약 3년 만에 정상화된 블랙프라이데이였지만 미국 곳곳 매장에서는 과거 새벽에 문을 열자마자 고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도어버스터’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주요 기업들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10월부터 큰 폭의 할인 행사를 진행해 쇼핑객들이 분산된 영향도 있다.
뉴욕 출신의 교사인 가브리엘라 파리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온라인 쇼핑을 끝내기 위해 친구들과 오전 6시경에 콜스(Kohl’s)매장으로 향했다”며 “직접 눈으로 보고 물건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WSJ은 개장 직후 콜스 매장에 6명 가량의 직원이 고객을 맞이했지만 계산대에 줄이 늘어서진 않았다고 전했다.
비가 많이 내린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대형마트 타깃 매장에서 일하는 히메나 실바는 로이터통신에 “오늘 오전 6~8시 셀프 계산대를 통과한 손님이 아직 2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추수감사절(11월24일)부터 사이버먼데이(11월28일)까지 5일간의 역대 최다인 1억6630만 명이 쇼핑을 계획하고 있다고 지난 17일 전망했다. 이중 상당수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쇼핑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어도비는 이 쇼핑 기간 미국인들이 온라인에서 총 348억달러(약 46조5600억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중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판으로 불리는 사이버먼데이에는 온라인 쇼핑 금액이 1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