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서 21년간 이탈리안 레스토랑 ‘텐시노’를 운영한 손 모씨는 이달 말 가게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견뎠지만 최근 고물가와 인력난 등 여러 악재를 버티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손 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 덕분에 한 자리에서 여러 해동안 식당을 운영할 수 있었다”면서 “가격 인상 등 손님들에게 부담을 주면서 버텼지만 더이상 운영이 어려워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 서울 서대문구 한 식당 앞에 붙은 폐업 안내문.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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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회복세를 보인 것도 잠시 뿐, 고물가·인력난·코로나 재확산 등 삼중고에 신음하는 모양새다.
외식업 경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4월 18일) 이후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여러 악재가 겹치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외식업계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에는 고물가가 대표적이다.
지난 2분기 식재료 원가지수는 직전 분기보다 1.51포인트 오른 145.1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4분기(114.50) 이후 6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식재료 가격 상승은 외식업 수익성 악화에 가장 위협적 요인으로 꼽힌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후속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어 다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의 지속으로 소비자들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외식 가격 인상에 따른 외식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 내다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111.39로 전년 동월 대비 8.4% 상승했다. 오름폭은 지난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인력난 심화도 업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코로나19 이후 외식업 종사자들이 다른 산업군으로 이동하면서 숙련된 외식 종사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인력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영세 업체의 경우 전문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캐주얼 다이닝을 운영하는 김 모씨(35)는 “보조 셰프 구인공고를 낸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 주방에서 직접 뛰고 있다”며 “아무리 임금을 올려도 셰프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어렵게 채용해도 1~2개월 후면 월급 더 많이 주는 곳으로 또 이동하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 지난 1월 서울시내 한 식당이 점심시간에도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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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도 하반기 성장 모멘텀을 꺾는 요인이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4만9897명으로 거리두기 해제 직전인 지난 4월 14일(14만8423명) 수준까지 올라왔다. 신규 확진자가 1주일 단위로 2배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은 완화됐지만 저녁 단체 회식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외식업 산업체 수는 80만개로 전 산업의 13.3%에 달한다. 이중 84.6%가 소상공인 또는 자영업자다. 정부가 집계한 외식업의 5년 생존율은 20.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외식업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은 이르다고 진단한다.
도경록 공주대 외식상품학과 교수는 “외식업의 완전한 회복을 생각하기에는 국제곡물가격 인상, 유류비 인상 등 경제적 환경 변화가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기회의 회복과 생존율 저하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외식업의 현실은 서바이벌 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