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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소 약 2만 가구(최소 추산)의 서울 아파트 분양이 내년으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아파트 1만 2000가구, 이문1구역 3069가구, 행당7구역 958가구, 방배 6구역 3080가구 등이다.
해당 사업지의 분양 일정이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분양가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둔촌주공아파트는 분양가 갈등을 겪다 조합장을 해임, 다시 지도부를 꾸려 분양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7월 고분양가 심사제를 적용할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3.3㎡당 2978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고,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분양이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이문1구역도 분양가를 두고 조합원들의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관리처분계획 승인을 받은 이 구역은 당초 일반분양가를 3.3㎡ 당 2218만원으로 책정했었다. 그러나 조합장 해임 등으로 착공(8월)이 예상보다 미뤄졌다. 그 사이 땅값과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조합원들은 분양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조합원들은 분양가를 재심사 받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고, 내년 공시지가 결정 이후로 분양을 미뤘다.
총회 지연 등 조합 일정으로 부득이하게 분양 일정을 미룬 사업지도 적지 않다.
방배5구역은 구체적인 비례율 조정 등을 조합원 간 협의 중인데 코로나19등으로 총회 일정이 밀리면서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조합원 대상 동호수 추첨 등 구체적인 분양 사항들의 결정도 뒤로 미뤘다. 한 주민은 “어차피 재건축이 확정된 상황에서 주민들은 각자 자신들의 수익을 높이는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성동구 행당7구역도 총회 일정이 밀리면서 연내 분양이 어려워졌다.
계획물량의 10분의 1 수준…“분양가 더 오를 텐데 큰일”
더 큰 문제는 분양 일정이 밀리면서 분양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무주택자의 청약 부담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분양가는 택지비와 고정건축비, 가산비로 매겨진다. 특히 분양 일정이 뒤로 미뤄질수록 택지비와 고정건축비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이문1구역이 내년도 공시지가 발표 이후 분양가를 결정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건축비도 매년 오르는 추세다. 앞서 지난 9월 기본형 건축비는 3.42% 오르면서 ‘역대급’ 상승을 한 바 있다. 이후에도 원자재 값이 잡히지 않으면서 건축비가 올라갈 유인이 크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완화, 가산비 등을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제까지 분양가를 산정할 시 가산비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논란이 일었으나, 가산비가 제대로 공개되면서 이 가격이 분양가에 크게 반영될 유인이 커졌다. 실제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내년에 결정될 시 3.3㎡ 당 4000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업계 분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을 매수하자니 금리 인상 등의 리스크로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청약을 하자니 일정이 밀려 이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분양가가 앞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