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총선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지성호(왼쪽) 후보가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갑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태 후보와 면담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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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영국 대사도 아니고 공사 수준에, 그것도 오래 파견 나갔던 사람이 권력층 내부의 은밀한 내용을 알 수 있을까요. 공직자가 됐으니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여권인사가 사석에서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해당 인사는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의 ‘김정은 신병이상설’ 주장을 두고 ‘아니면 말고 식의 대응’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여권인사의 발언이 있고 나서 며칠 안 돼 ‘죽었다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 비료공장에서 보란 듯이 건재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의 신병이상설은 지난달 15일 ‘태양절(김일성 전 주석 생일)’ 당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본격화됐다. ‘사망설’까지 번진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출신 당선인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인 태영호·지성호(미래한국당 당선인)의 발언은 총선 이후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얹으면서 힘이 실렸다. ‘북한 내부 소식통’이라는 발언의 출처도 서울에서는 확인할 수 없기에 적잖은 신빙성을 얻었다.
두 당선인은 계속해서 북한 내부 이상설을 확대 재생산했다. 한 발 더 나가 후계구도까지 언급했다. 정부는 ‘특이동향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신병이상설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는 북한 측 보도가 나오자 여권은 두 당선인을 향해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했다”, “아무 말 대잔치는 이제 그만 하라”고 맹비난했다.
더 큰 문제는 두 당선인의 이후 태도다. 태영호 당선인은 “결과적으로 저의 분석은 다소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건강이상설을 다시 제기했다. 지성호 당선인은 “내가 나름대로 파악한 내용에 따라 말씀드렸었던 것”이라고만 했다. 두 당선인 모두 혼란에 대한 진지한 사과는 없었다.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정세를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두 당선인 모두 국회의원으로서 ‘말의 무게’, 그 ‘책임감’ 또한 막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