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에도 침묵` 암호화폐…730만원서 꼼짝 않는 비트코인

[이정훈의 암호화폐 투데이]비트코인 가격 강보합권 등락
이더리움 1%대 하락에 22만원대로…이오스 상대적 선방
SEC, ICO업체와 소통 조직 발족…암호화폐 일자리 급증
암호화폐 기관투자 유입 기대…골드만·노보그라츠도 투자
  • 등록 2018-10-19 오전 8:31:45

    수정 2018-10-19 오전 8:31:45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 추이 (그래픽=비트코이니티)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지루한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과 산업계에서 긍정적인 재료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에너지가 소진된 듯한 시장은 좀처럼 반응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은 730만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8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강보합권을 유지하며 735만원선을 지키고 있다. 반면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는 비트코인이 1% 이상 하락하며 6470달러에 머물러 있다. 이더리움은 1% 이상 떨어져 22만원대로 다시 물러섰고 리플과 비트코인 캐시 등이 하락하고 있고 트론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시장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지속적으로 6400달러 위에서 좁은 박스권 등락을 보이고 있다. 21개월 이동평균선(EMA)에 걸친 6120달러를 지지선을 삼고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선에 걸린 7000달러 저항선 부담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일단 6800달러 돌파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 대한 떨어진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데이터업체인 비트코이니티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은 1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는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일단 암호화폐시장에 비판적이었던 미국 증권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공개(ICO)에 나선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포함한 핀테크 업체들과 소통하고 규제의 명확성을 놓고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창구로서 혁신과 금융기술을 위한 전략 허브(FinHub)를 새롭게 발족시켰다. 이는 지난 6월 SEC내 기업금융부문 부이사 겸 디지털자산 및 혁신부문 선임 자문관에 임명됐던 발레리 슈체파닉의 작품으로 그는 이날 “우리는 새로운 기술들을 이해하고 관련된 이슈들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소통하며 증권산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내 암호화폐 수탁(Custody)서비스업체인 비트고(BitGo)에 미국 월가의 대표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와 암호화폐시장 대표 투자자로 꼽히는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블룸버그뉴스는 최근 비트고가 진행한 총 5850만달러(원화 약 664억2670만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에서 골드만삭스와 노보그라츠 CEO가 1500만달러를 함께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노보그라츠 CEO는 과거 월가에서 활동할 때 골드만삭스에 몸 담은 바 있다. 이로써 비트고는 지금까지 총 7000만달러의 투자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비트고는 미국 스타트업으로 암호화폐 월렛과 블록체인 보안사업을 위해 지난 2013년 설립됐다. 지난 9월에는 사우스다코다주(州)로부터 수탁회사로 공식 인가를 받아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암호화폐 투자 수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관투자가 수탁서비스는 암호화 자산을 콜드 스토리지에 안전하게 저장, 보관해주고 기관투자가들이 자산운용 보고를 수월하게 하도록 해주는 것으로, 그동안 헤지펀드나 벤처캐피털, 자산운용사 등은 암호화폐에 투자하고자 해도 이같은 포트폴리오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참여를 꺼려왔다. 이같은 서비스가 본격 확산되면 기관들의 시장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맞춰 코인베이스는 기관 수탁서비스인 ‘코인베이스 커스터디(Coinbase Custody)’를 출시해 가장 먼저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제미니와 레저, 잇빗 등이 유사한 수탁서비스를 출시한 상태다. 올 5월에는 일본 노무라가 암호화폐 수탁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고 골드만삭스와 노던트러스트도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는 72년 역사를 가진 피델리티가 별도 자회사인 피델리티 디지털에셋서비스라는 회사를 세워 암호화폐 수탁과 투자집행 업무를 기관투자가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경기 호황에 미국내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분야에서 새롭게 채용하려는 구인자수가 올 하반기에 작년보다 300% 가까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미국내 대표 구직 사이트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암호화폐와 블록체인과 관련돼 기업들이 채용하고자 하는 구인자수(job openings)가 총 1775개에 이르고 있다. 이는 올초 693개, 지난해 같은 달의 446개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불과 1년새 298%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인 조셉 루빈이 설립한 블록체인 업체인 컨센시스(ConsenSys)와 세계 최대 컴퓨팅업체인 IBM이 전체 일자리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인력을 적극적으로 추가 영입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월가를 끼고 있는 뉴욕이 가장 많은 25%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보이고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올들어 암호화폐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의 잠재력을 더 크게 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글래스도어측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얼마나 더 발전하고 확산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겠지만, 적어도 머지 않은 미래까지는 지금과 같은 관련 일자리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동안 맹목적이고 투기적으로 암호화폐시장에 뛰어들던 ‘암호화폐 열풍(crypto fever)’이 이제는 진정되기 시작했다고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진단했다.

러시아 통신사인 RIA 노보스티에 따르면 나비울리나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금융혁신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서 “다행스럽게도 암호화폐 열풍(광풍)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전제한 뒤 “한때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에 대중들이 열광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대중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듯 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나비울리나 총재는 암호화폐에 대한 열광을 과거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골드 러시’에 비교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왔었다.

그는 “암호화폐공개(ICO)는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사기행위와 같은 부정으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건 매우 취약하다”며 “이제 기업가들은 이런 ICO보다는 블록체인을 자신들의 사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나비울리나 총재는 “디지털 금융 기술은 이제 더이상 몇몇 앞서 있는 소비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블록체인을 포함한 디지털 금융 기술은 결국 대중들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채택(mass adoption)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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