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 부른 대상포진 후유증… 람세이헌트증후군 주의보

  • 등록 2016-11-22 오전 8:36:25

    수정 2016-11-22 오전 8:36:25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대상포진을 앓아 고생했던 직장인 박모 씨(42)는 갑자기 얼굴근육 일부가 잘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극심한 대상포진 통증에서 벗어나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또 병원에 갈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처음엔 금방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에 치료를 미뤘지만 오히려 얼굴 한쪽 전체가 마비될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 고민 끝에 인근 한방병원을 찾은 결과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인한 안면마비, 이른바 ‘람세이헌트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3대 통증질환으로 유명한 대상포진은 극심한 신경통뿐만 아니라 각종 후유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면마비는 크게 벨마비(Bell‘s palsy)와 람세이헌트증후군(Ramsay-Hunt syndrome)으로 나뉘는데 후자는 대표적인 대상포진 후유증이다. 전체 안면마비의 70% 가량이 벨마비에 해당하는데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람세이헌트증후군은 대상포진바이러스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것으로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안면부 신경을 자극하거나 손상을 일으켜 안면마비를 유발한다.

안면마비는 바이러스 감염, 염증, 수술 합병증, 외상 등으로 12개 뇌신경 중 7번 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7번 뇌신경이 압박받으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눈, 입꼬리, 광대 등 안면근육이 돌발적으로 마비된다. 한방에서는 과로나 스트레스를 받은 뒤 몸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찬바람을 맞아 담이나 어혈이 생기고, 이로 인해 얼굴 쪽 경락에 기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눈과 입이 돌아가고 틀어진다는 뜻으로 ‘구안와사’라고도 부른다. 전체의 2~14%는 유전적 소인으로 발병할 수 있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원장은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환절기엔 아침·저녁으로 춥고 낮엔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인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자율신경계가 교란되며 면역력이 감소한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한기의 체내 침투가 쉬워져 구안와사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면마비를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재발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이거나 마비 정도가 심한 환자는 청각과 미각에도 이상이 생겨 삶의 질이 떨어지므로 초기 집중치료가 권장된다. 발병 전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았던 환자는 치료 및 회복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문 원장은 “발병 초기에 벨마비나 람세이헌트증후군 같은 말초성 안면마비인지 아니면 뇌졸중 등으로 인한 중추성 안면신경 마비인지를 구별해 적합한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마비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신경이 100% 손상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서는 첫 2주간을 급성기로 보고 침, 약침, 컬러테이프, 부항, 한약 등을 이용해 마비된 근육을 풀어주고 신경 염증을 완화한다. 침은 얼굴에 분포하는 경혈과 경락을 자극해 얼굴의 기순환을 촉진시켜 마비된 얼굴근육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급성기가 지나면 어혈치료와 기혈순환치료로 신경을 재생시키고 위축된 근육을 풀어줘 얼굴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구안와사를 예방하려면 면역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꾸준히 건강관리해야 한다. 문 원장은 “구안와사는 10년 내 재발률이 10%에 달해 치료 후에도 생활습관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며 “찬바람, 과도한 스트레스, 피로 누적을 피하고 적절한 수면과 운동, 균형잡힌 식단으로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게 치료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1주일에 한 번씩 30도 이상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주는 것도 면역력 유지에 도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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