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는 공장이 늘면서 취업자 수는 줄어들고, 임금수준도 10년만에 후퇴하고 있다. 쪼그라든 서민들의 살림살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속한 장바구니 물가는 쉼없이 들썩이며 오르기만 한다. 남들 보다 헤프게 산 것도 아닌데, 꼭두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만하고 살았는데, 경제 형편은 나아지긴 커녕 점점 죽을 맛이다.
IMF 외환위기 때 보다 더 힘들다는 서민들의 고통은 언제쯤 치유될까. 민간 전문가들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서서히 회복하는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추세적인 성장으로의 복귀는 내후년(2011년)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올해 성장률은 정부 예상 보다 낮은 마이너스 3~4%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슈퍼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과감한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 올 성장률 마이너스 3~4%..환란때 보다 힘들다.
경기침체로 취업자수는 늘어나기는 커녕 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10만30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실업급여 신청자는 10만8000명으로 전년동월비 76.6% 급증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로 인력시장은 붐비지만 한달에 사나흘 일거리를 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데일리가 증권사와 기업, 연구소, 금융시장, 은행 부문의 52명 전문가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7%는 지금의 경제상황이 IMF외환위기 때 보다 더 심각하다고 답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정부 전망치 마이너스(-) 2% 보다 더 낮은 마이너스(-) 3% 또는 마이너스 4%로 예상하는 사람이 61.5%에 달했다.
◇ 깊어가는 양극화의 골
양극화의 골도 깊어가고 있다. 위기가 찾아오면 먼저 체력이 바닥나는 계층은 중산층 이하 서민이다. 빚을 내 힘들게 마련한 집과 가게가 은행에 넘어가야 할 위기에 처하는가 하면, 갑작스런 가장의 실직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인생 설계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실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은 호황기에 비해 큰 폭으로 할인된 값에 판매되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경기부양이라는 미명하에 종부세 완화와 양도세율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자들의 재산증식에 걸림돌이 돼 왔던 규제들을 제거하고 있다.
민간 전문가의 71.2%도 위기 뒤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경기한파는 언제쯤이나 물러갈 것인가.
전문가들은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 이후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성장추세로의 복귀는 내후년(2011)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38.5%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의 패턴도 바닥이 넓은 접시형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51.9%에 달했다. 일본식 장기침체를 의미하는 L자형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11.5%로 나타났다. 반면 V자형으로 급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빠르게 움츠러들고 있는 경기에 군불을 지피고 장기불황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30~50조에 육박하는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55.8%로 우세했다. 다만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사업에만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40.4%로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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