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20여년간 자기 식당을 운영했다. 구례에서도 이름 높은 맛집이었다고 한다. 아이들 다 키우고 공부까지 시키자 힘든 식당일을 그만두었다. 몇 해 전 동원식당 주인 김형모씨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시 식당 주방을 맡았다.
오랫동안 일했는데도 피부가 희고 곱길래 비결을 물었다. “나물 많이 먹어서 그런가? 지리산 나물은 약효가 좋다고 그래요. 토질이 좋아서 그러겠죠.” 이남덕씨는 어떻게 나물을 무쳐먹을까? “별 거 아니다”며 쑥스러워하는 이남덕씨를 설득해 요즘 구례에서 흔한 나물, 그리고 그 나물 무치는 비법을 들었다.
한 철 지났다는데도 여전히 맛있는 취나물
“취는 된장에 무쳐야 가장 맛나.” 산나물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취나물을 떠올린다. 그만큼 대표적인 자생 나물이다. 흔히 말하는 취나물은 참취의 어린잎. 떡취, 곰취, 단풍취, 미역취, 개미취 등 종류가 70여가지로 다양하다. 타원형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양면에 털이 났다. 동원식당 사장은 취나물이 “한 철 지났다고 할까. 뻐세지요(질기지요)”라는데, 맛 모르는 서울사람 입에는 여전히 맛이 좋았다. 구례에서 북쪽으로 160여㎞ 떨어진 경북 김천 직지사 부근에선 요즘 취나물이 한창이다.
쑥부쟁이 요즘 가장 많이 볼 수 있어
“쑥부쟁이는 살짝 데쳐 참기름과 간장에 조물조물 무치면 영 맛있어.” 구례장에서 요즘 가장 흔한 나물 중 하나. 쑥부장이라고도 한다. 들이나 논두렁, 약간 습한 길가 구릉지나 산기슭에서 많이 난다. 녹색 줄기에 자줏빛이 돈다.
두릅은 10㎝ 이내로 통통한게 좋아
“그건 너무 피어버렸네. 이렇게 크면 ‘뽄’은 좋아도 맛은 별로 없고.” 이남덕씨는 기자가 구례장에서 사온 두릅을 보더니 이렇게 혀를 찼다. 두릅은 10㎝ 이내로 통통해야 맛이 난다. 씁쓸한 맛과 향으로 봄나물 왕좌를 차지한 두릅. 다른 나물보다 단백질도 많다. 초봄에 나온 연한 두릅은 흔히 삶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이남덕씨는 “요즘 나오는 약간 뻣뻣한 두릅은 데쳐서 된장에 무쳐 먹는다”고 했다.
도라지 쓴맛, 소금물에 담그면 빠져
▲ 동원식당 한정식(1인 8000원)
미나리 여기선 간장에 무쳐
“미나리는 식초에 많이 무쳐들 먹잖아? 그런데 식초에 무치면 물이 생겨. 우리는 삶아서 간장하고 소금에 무치지.” 냇가나 도랑가에서 자란다. 지금 구례에 가면 돌미나리가 많은데, 물이 많은 땅이면 어디서나 잘 자란다. 일반 미나리보다 잎 끝부분에서 붉은빛이 돈다.
아는 사람이나 먹는다는 엄개나물
고사리 꼭 데쳤다 말려야
고사리는 전세계에서 한국사람만 먹는다. 서양이건 중국이건 일본이건, 고사리에 독이 있다 하여 먹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어찌 알았을까, 고사리가 가진 독성은 열에 약해 요리하는 과정에서 사라진단 걸. 고사리는 그냥 먹으면 안 된다. 데쳐 말리고, 다시 물에 불려 먹어야 독성이 제거된다. “고사리가 젤로 많이 나올 때는 산불 나고서. 엄청 나브러. 희한해요.”
요즘 쑥은 국 끓이기에 딱
요즘 쑥은 질겨서 나물로 못 먹고, 국을 끓인다. 쌉싸름한 맛과 향이 된장과 잘 어울린다. 3월에 채취하는 어린잎으로는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다. 혈압 낮추는 효과가 있고, 여성질환과 피부병에 좋다고 한다.
돌나물 물김치 담그면 새콤 시원
돈나물, 돗나물, 수분초라고도 불린다. 봄부터 초가을까지 채취 가능하다. 섬유질은 적지만 비타민C가 풍부하다. 칼슘도 많다. 오동통한 돌나물은 보통 익히지 않고 날로 먹는다. 물김치를 담그면 새콤 시원하다.
동원식당 (061)782-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