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한달가까이 묶여있던 1130원대를 완전하게 벗어나 급등세를 이어가고있다. 그동안 시장에 잠재해있던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양상이다. 외환시장의 에너지가 얼마나 강한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증시가 약보합세를 지키고있지만 외환시장은 다르다. 한동안 주가를 뒤따르던 안이한 움직임은 간데없고 환율은 강한 달러매수심리에 따라 지난 1월이후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시장 외부 상황, 너무 안좋다
정치경제적인 상황이 최악이다. 금융및 기업구조조정에서 필수적인 공적자금 조성은 정치권 파행으로 좌표를 상실했다. 공적자금 조성을 위한 토대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는 일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급속도로 냉각시키는 최악의 변수다. 이는 역외세력의 지속적인 달러매수에서 절정을 이룬다. 역외세력은 지난주말 국내시장 종가보다 4원가량이나 높은 1146원대에도 달러를 사들였다.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동남아통화의 불안, 특히 대만달러의 하락추세는 극히 위험해보인다. 최근 전반적인 달러강세가 지속되는 점도 부담.
외환위기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는 국내경기 침체에서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있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최근 경기는 97년 외환위기때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나쁘다고 입을 모은다. 위기국면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게 바로 환율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에너지 쌓여있다
환율은 지난달 중순이후 1130원대에서만 움직였다. 예외적으로 1142.90원까지 오른 일이 있지만 시장참가자들은 더 높은 수준에 대한 기대를 접고 물러섰다. 그동안 국내외 경제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고 그 때 축적해놓은 에너지가 지금 분출하고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중반이후 정유사등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대형 수입업체들이 외화부채비율 감축을 위해 달러매수에 적극 나서면서 촉발된 환율오름세는 역외세력이 달러매수에 적극 가세하면서 더욱 강해지고있다. 달러공급이 충분치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더해지면 환율이 오르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당국의 대응과 한계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날 "현재 환율의 오름세는 심리적인 측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수급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단기적으로 환율이 오르더라도 결국은 달러수급을 따르게 될 것"이라며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는데다 곧 월말 네고자금도 집중적으로 나오는등 공급우위로 바뀔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했다
일종의 구두개입 성격인데 시장은 오히려 환율오름세로 반응했다. 수급구조의 문제라면 일단 달러공급을 통해 진정시킬 수 있는 사안. 그러나 시장의 심리를 잠재울 정도로 큰 물량을 쏟아내지는 않고있다. 일단 시장을 좀 더 지켜보자는 뜻으로 해석되고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일단 고점을 확인한 뒤 당국의 의지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당국으로선 정치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흔들리는 상황을 원하지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은 "투기적인 추격매수는 극히 위험하다"는 "조심스러움"이 외환시장을 지배하고있다. 시장에너지의 분출이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시장의 힘은 일단 1150원선을 시도해보는 수준에서 테스트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패할 경우 큰 폭의 반락도 예상되는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