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레디 태권도?" 인도에서 한류 전파하는 백선엽 대표

  • 등록 2017-02-05 오후 1:41:56

    수정 2017-02-05 오후 3:11:19

[이데일리 이민주 기자] “아 유 레디 태권도?” (Are you ready Taekwondo?)

“얍!”

인도 수도 뉴델리 서남부 교외에 자리잡은 ‘카리 초등학교’(KARI elementary school) 체육관. 한국의 국기원에서 직접 공수된 태권도복을 입은 인도 초등학생들이 사범의 구호에 따라 태권도 품새를 날렵한 동작으로 따라하고 있다. 한국 태권도의 집중력과 겸양의 미덕을 배우겠다는 듯 눈망울이 진지하다.

카리 초등학교는 백선엽(48. 사진) 카리(KARI) 그룹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인도 현지 비영리 교육 시설이다. 이곳을 졸업하면 초등학교 졸업장이 수여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해마다 지원자가 쇄도하고 있다.

이 학교의 대표적인 한국 문화 커리큘럼은 태권도다. 카리 초등학교에서는 태권도가 정규 커리큘럼으로 포함돼 있다. 백 대표는 “인도 빈민가 어린이들은 대부분 영양 실조로 체구가 허약하다”면서 “태권도를 배우면 학생들이 정신 수양은 물론이고 체력을 단련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흰색의 태권도복을 입고 태권도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현지 신문과 방송에도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조현 주인도한국대사가 이 학교를 방문해 교직원과 학생들을 격려했다.

태권도가 인기를 끌자 올해부터는 한국어 교육도 커리큘럼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의 걸그룹, 드라마, 영화가 소개될 예정이다.

“인도에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정작 한류를 알리는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K컬쳐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도의 상류층 학부모들이 자녀 입학을 문의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재학생 180여명의 연간 등록금은 24달러(약 2만 7000원)로 사실상 무상 교육이다. 완전 무료로 할 경우 오히려 학생들이 심리적 위축감을 가질 것을 감안해 소액을 책정했다. 점심 메뉴로는 우유, 바나나 등이 제공된다. 지난 2015년 재정난에 허덕이던 이 학교를 인수한 백 대표는 사재를 보태 1급 교사를 채용하고 시설을 보수해 이 학교를 우수 교육 기관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백 대표는 청년 시절에 인도 여행을 하면서 인도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1년 국내에 인도 음식 전문점 카리를 오픈한 것을 계기로 자주 인도를 왕래하다가 이 학교의 인수를 제안받았다.

이 학교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충격을 백 대표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학생들에게 초코파이를 선물했더니 한결같이 곧바로 먹지 않고 가방에 넣더군요. 집에서 가족들과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겁니다. 어떤 학생은 너무 아까워서 먹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저의 유년 시절을 다시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백 대표는 “현지 상수도 시설이 열악한 탓에 아이들은 일상적으로 배앓이를 하고 있었다”며 “한국에서 회충약을 공수해오고 정수기를 설치해 학교 환경을 개선했다”고 회고했다. 백 대표는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을 볼 때마다 사명감이 느껴진다”며 “이 학교를 통해 인도인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해마다 11월이면 경기 분당 판교의 IT 단지에서 이 지역의 인도 출신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디왈리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우리의 추석과 유사한 디왈리 페스티벌에서 백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도 요리 전문점 ’카리‘(KARI)에서 공수한 인도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설명 : 인도 뉴델리의 카리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인도 학생들이 태권도 품새를 취하고 있다. /카리(KARI) 그룹 제공



백선엽 카리(KARI) 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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