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공사대금 체불은 하도급자와 건설근로자·자재·장비업체 사이에서 주로 발생한다. 하도급대금 직불제 확대는 체불 개선에 별 효과가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최근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건산연과 서울시 하도급부조리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원도급자 대 하도급자 간 공사대금 체불 발생건수는 15건(6.3%)에 그쳤다. 반면 하도급자-자재·장비업자·근로자 간 발생건수는 무려 222건(92.9%)에 달했다.
건산연은 건설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장 상황에 부적합(67.9%) △발주자 및 원도급자의 업무 부담 증가(44.2%) △대금체불 관행이 더욱 커질 우려(24.2%) 등의 이유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확대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체불 원인에 대해서는 △하도급업체의 귀책(56.9%) △하도급업체의 불성실한 행위(18.3%) 등에 의해 발생한다고 답했다.
공사대금 체불 개선효과와 관련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17.5%) △도움이 되지 않는다(39.7%) 등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체불 개선효과가 없는 이유로는 △대금 체불문제가 하도급업체와 재도급자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39.5%) △하도급업체의 재정능력 부족으로 체불이 양산될 가능성 때문(27.7%) 등으로 답변했다.
박용석 건산연 산업정책연구실장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제도는 원도급자의 파산과 같은 명백한 사유가 있을 때 건산법과 하도급법을 통해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제도”라며 “공정위와 기재부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을 모든 건설공사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려는 것은 관련 법령의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적 자치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