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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이 20일 의회에서 가질 연두교서 연설에서 부자들에게 유리한 현행 세제를 개편하고 대형 금융기관에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이렇게 추가로 확보할 세수는 3200억달러(약 345조원)에 이르며 이를 세금우대 범위를 넓히는 등 중산층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위 1% 소득층에게 유리한 자본소득의 허점을 개선할 계획이다. 현행 세제 하에서는 자산에 대한 자본소득은 소유주가 죽을 때까지 소득세 대상이 아니다. 개인이 상속자에게 주식 자산을 남기고 사망할 경우 상속자의 세금을 부과받는 상속자의 자산자치는 그 자산을 구매한 시점이 아닌 상속시점이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100만달러에 산 자산이 지금 1000만달러로 올랐는데 이를 상속하면 상속자는 향후 이 자산을 팔 때 당초 구입가격인 100만달러와의 차액이 아닌, 1000만달러와의 차액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자산을 이전하게 되면 가족들은 최대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자본소득세를 피해갈 수 있다. 미국인들은 이같은 세제상 허점을 ‘죽음의 천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자본소득세 개편은 소득 상위 1% 가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 및 배당소득에 대한 최고세율도 28%로 인상할 예정이다. 집권 이후 자본소득 최고세율을 23.8%로 인상한데 이어 추가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백악관은 부채가 많은 금융사들에 대해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500억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100여개 금융기관이 가진 부채에 대해 0.07%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 거둔 금융위기 책임세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같은 방침은 상원과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워싱턴의 강력한 금융 로비 집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들은 지난 수년 동안에도 대통령의 은행세 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연두교서에서 이민법과 교육 등 기존에 발표한 정책들을 거듭 강조하면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을 겨냥해 정치적 게임을 그만두고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간 라디오 연설에서 “지난 2014년은 1990년대 이후 가장 빠른 고용 성장세를 기록한 한 해였고 실업률 역시 1984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하며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모든 미국인들이 자신들을 국가의 일부로 느끼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금 상승, 소득 증가, 더 강력한 중산층과 더불어 미국이 어떻게 모멘텀을 구축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연두교서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다수를 이룬) 새 의회에 정치적 게임을 제쳐두고 합의점을 찾아 국민들을 위할 수 있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내용에 맞는 사연을 가진 일반인들을 초대할 예정이며 이들은 20일 미셸 오바마 영부인과 함께 자리하게 된다.
앨런 리히트먼 아메리칸대학 석좌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앞서 발표한 정책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연두교서의 상당 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봤다. 소니 해킹사태 등 일련의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사이버 보안조치와 초고속 인터넷 접근성 확대, 2년제 대학 무상교육, 메탄 방출량 최고 45% 축소 규제안 등 기존 입장을 강조하고 반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공화당이 여전히 강력 반발하고 있는 이민개혁법안에 대해서도 협조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은 지난 14일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폐기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다만 워싱턴 포스트는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 논의의 진전을 가로막고 정쟁을 촉발하는 것은 대통령 자신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 법안을 포함, 2주일 동안 6건의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크게 의미있는 발언을 두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히트먼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가는 말로 언급할 수는 있겠지만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처럼 강력한 메시지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