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암 3기. 보통 간세포암이 10cm를 넘으면 거대간세포암이라고 하는데, 유리 씨의 간 뒤쪽에는 무려 13cm가 넘는 거대 간세포암이 달려있었고 횡경막까지 암세포가 침범해있었다. CT로 확인해보니, 워낙 큰 암 덩어리 때문에 간이 반대편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을 정도였다. 처음 암을 발견했을 때는 이정도 크기는 아니었는데,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는 동안 암 세포가 점점 커져버렸다.
유리 씨는 2013년 9월 경 몸에 심한 피로감을 느껴 카자흐스탄에서 진료를 받던 중 초음파를 통해 간암을 발견했다. 카자흐스탄의 의료수준으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유리 씨는 바로 터키의 유명 병원에도 초음파 검사 결과지를 보내 치료 여부를 요청했다. 하지만 ‘치료가 어렵다. 간 이식을 받아라’는 답변 뿐이었다.
고령의 나이 때문에 간이식은 위험하다는 판단에 유리 씨는 이스라엘 최고병원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고, 수술실에서 개복까지 했다. 하지만 감암 덩어리를 확인한 의료진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그대로 배를 닫았다. 유리 씨로서는 사형선고나 같은 일이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의 김동식 교수가 간암 수술을 잘한다는 얘기를 소아외과 의사인 아들 듀라브 씨(43)를 통해 전해듣고 지난달 14일에 한국에 입국, 23일 김동식 교수에게 ‘거대 간세포암 절제술’을 받았다.
특히 유리 씨는 혹도 워낙 컸을 뿐만 아니라, 암이 대정맥을 누르고 있어 암 절제를 위해서는 세심하게 대정맥에서부터 암을 박리해내야갰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에서 한번 배를 열었다가 닫았기 때문에 배속에 흉터가 생겨 배속 장기들의 유착이 매우 심했다. 수술을 더욱 어렵게 하는 부분이었다.
다행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또 한번의 고비가 찾아왔다. 유리 씨와같은 고령환자의 경우 큰 수술을 받고나면 섬망증상이라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유리 씨의 경우는 이 섬망증상이 일주일가량 계속될 정도로 매우 심했다. 부인인 루아라 씨는 머나먼 타국에서 이 모든 순간을 눈물로 겪어내야만 했다.
다행히 5월에 접어든 지난주 목요일부터 유리 씨의 섬망이 사라졌다. 간 기능 역시 정상범위로 거의 돌아왔다.
김동식 교수는 “유리씨아 같이 간암이 아주 심한 사람은 이식을 하면 오히려 재발을 빨리 할 수 있어 사실상 절제가 최선이다”며 “먼 길을 돌아오고, 어려운 고비들을 많이 넘겼지만 결국 잘 살아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리 씨의 치료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여기에서 뿐만 아니라 고국에서도 잘 치료받고 건강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리 씨는 8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