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헌 한양증권 연구원] 직업 특성상 투자권유를 많이 하게 되는데 기계주에 대해 투자를 꺼려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산업재가 많고 전방산업이 너무 다양하며 업황사이클에 대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인 듯하다. 주식시장에서 기계주의 시가총액은 18조~19조원 수준인데, 이는 전체 시장의 1.5%에 불과해 습득해야 하는 지식에 비해 투자시장이 작은 것도 외면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기계업은 국내 산업 전반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시장 전체를 읽는 눈을 키우기 위해 알아둬야 할 업종이다. 흔히 전기전자(IT), 자동차, 정유화학, 철강, 조선을 국내 5대 산업으로 일컫는다. 기계업은 5대 주요 산업에 부품, 생산라인, 제작 기술들을 제공하는 밀착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바이오, 소프트웨어, 문화컨텐츠, 의료산업 등 차세대 산업의 등장이 향후 주류산업을 바꿀 가능성도 있지만, 고용와 생산유발휴과가 큰 자동차, 에너지를 비롯한 산업재 재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보듯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도 산업재 투자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런 거대담론이 아니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부를 통해 기계주에서 괜찮은 종목들을 찾을 수 있다. 대개의 경우 기계주는 창립 역사가 길고, 토지와 공장을 비롯한 자산가치가 높으며 주사업영역이 분명한 특징이 있다. 한 마디로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지만 안정성을 바탕으로 사업영역 확대나 해외진출, 기술개발 등의 투자 찬스가 오는 경우들이 많다.
그렇다면 기계주 공부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기계주 내에서 세분화된 업종 분류가 필요하다. 각각의 세부업종마다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전방 변수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만 기계 관련 협회가 20개에 가까울 정도로 분야가 다양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크게 플랜트기자재, 건설장비, 공작기계, 피팅주, 기타기계 정도로 나눈다. 세부업종별 대표주는 플랜트기자재의 두산중공업, 건설장비의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의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위아, 피팅주의 성광벤드와 태광, 기타기계의 한국항공우주, LS산전 등이 있다. 이외 세부업종마다 관련 회사들을 묶어서 사업구조와 상품들을 살펴봐야 한다.
다음으로 각 세부업종에 영향을 미치는 전방 변수들을 살펴봐야 한다. 플랜트기자재의 경우 국내외 정부기관, 건설, 중공업 업체에서 발주를 받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나 각국의 발전원 증설 뉴스 등을 체크해 봐야 한다. 건설장비는 각 국의 인프라 투자, 재고 비중, 교체주기 등에 영향을 받는다. 공작기계 수요는 자동차와 IT 등의 설비투자와 직결된다. 피팅은 플랜트 산업에서 발주가 나오기 때문에 플랜트 수주동향을 면밀히 체크하면 업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기타 기계의 경우 항공우주, 송배전, 개별기계부품 등 다양한 분야가 있어 업체별 제품에 개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방 변수들에 대한 지표와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나 잡지 등을 알아두면 좋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보고 지레 겁을 먹어 ‘펀드투자나 하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의 기본은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일상의 물건들의 표면만을 보다가 한번쯤은 이것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해 본다면 쉽게 기계주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는 영역이 넓어지고 깊어지다 보면 투자위험을 줄이고 안정적 수익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한번 둘러보며 잠시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를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