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독립성 위기도 한은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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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고, 금융시장 역시도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도 통화정책의 최종 결정권한은 어쨌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지도 않으면서 독립성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는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한은이 주어진 권한을 활용하지 않으니까 금융시장도 한은보다 정부쪽 의견에 더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은은 외부탓을 하겠지만, 먼저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금리를 올리면 긴축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유동성 위기가 생기고 경제가 패닉에 빠질 때 나왔던 조치를 고통스럽더라도 정상에 가깝게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은 내부에선 지난 1월을 이성태 총재가 퇴임전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금통위원들 사이에 금리인상 분위기가 고조됐고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오면서 집행부들 사이에 기준금리를 정상화시켜야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모 금통위원은 "금리를 올리려면 저금리의 부작용 등이 가시화된 게 있어야하는데, 지금처럼 그렇지 않을 때 고민스럽다"며 "(금리정책에) 변화를 줄 결정을 하는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인상만 머뭇거린 게 아니다.
지난 1월 하순 열린 금통위 회의에선 올해 정부에 대한 일시 대출금 한도를 32조300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비상시 사용한 조치를 올해도 연장해주기로 한 것.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받아 한은에 요청한 것이지만, 한도를 얼마로 할지 결정하는 것은 금통위다. 중소기업 대상의 총액한도대출 축소를 검토하던 한은이 정부에 대해선 약한 모습을 보인 또하나의 사례로 꼽힌다. ☞관련기사: 또 하나의 `요원한 출구전략`..한은의 정부대출
전 교수는 "1970∼1980년대 인플레 문제가 심각할 때 폴 볼커가 여러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정책을 밀어붙여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이름을 얻고 중앙은행 독립성의 상징적 인물이 됐듯 한은 스스로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최희갑 아주대 교수는 "길게보면 1930년대 대공황 이후의 행보가 지금의 연준을 만든 것"이라며 "아무런 노력없이 어느날 갑자기 독립성을 달라고 하면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책임있는 행동을 했다는 걸 국민들에게 먼저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경기회복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면서 금리정상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면서 "주어진 권한이 있는데도 행사를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겁이 많다는 얘기다. 한은 입장에선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독립성 문제도 결국 한은 스스로 해결해야할 몫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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