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의 재발견)③새로, 더, 다시.."붐(boom)"

OECD NEA 제니스 던 리 사무차장 인터뷰
  • 등록 2009-12-28 오전 10:05:15

    수정 2009-12-28 오전 10:11:46

[파리=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전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이 부쩍 달라지고 있다.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용어가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될 만큼 원자력 발전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간 원자력 관련 주요 정책 협의기구인 NEA(Nuclear Energy Agency)는 오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이 지금보다 3.8배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기후변화라는 시대적 요청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간 `위험한 에너지원`으로 여겨지던 원자력 발전이 탄소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로 인식되면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NEA의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제니스 던 리 NEA 사무차장을 만나, 최근 원자력 발전에 대한 각국의 달라진 분위기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유럽서 원자력 재인식 일어나고 있다"
▲ 제니스 던 리 NEA 사무차장
-원자력 발전에 대한 OECD 국가들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 20년간은 원자력 발전이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원자력 발전을 원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는 나라는 더 많은 원자력 발전을 하고 싶어 하고, 원자력이 없는 나라는 새로 원자력 발전을 가지고 싶어한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과는 아주 다른 그림이 나올 것이다.

핀란드,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원자력 발전에 관심 높고, 다년간 원자력 발전을 새로 건설하지 않았던 영국과 미국도 관심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개발을 완전히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고 있다. 스위덴, 독인, 벨기에, 네덜란드 등은 원자력 발전을 한동안 늘리지 않았는데, 호응하는 분위기로 바꿔는 상황이다. 스페인 총리도 가동 연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유럽도 변하고 있다. 유럽에서 원자력 발전의 재인식이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이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나.
▲두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수요가 많지 않았을 경우 현재 439개 원자로는 2050년에는 600개가 될 것이고,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시나리오대로라면 전세계 원자로는 1400개가 될 것이다. 지금보다 3.8배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차세대 원전으로 3000년간 탄소배출 없는 에너지 확보

-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보나.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화석연료에 대한 가격 문제가 부각되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 등 기후변화의 요인도 있다.

2050년까지 인구는 지금보다 50% 늘어나고 에너지 수요는 두배 늘어날 것으로 본다. 전기 수요는 2.5배 높아질 것이다.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를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 쓰는 이산화탄소를 4분의1로 줄여야 한다. 도전적인 과제다. 여기에 원자력이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의 혜택은 무엇인가.
▲우라늄 매장은 정치적으로 안정된 다양한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특히 향후 고속증식로(FBR)가 개발될 경우 현재보다 우라늄 효율이 60배 높아진다. 이는 3000년 동안의 에너지를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꿈의 원자로`라고 불리는 고속증식로(FBR)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재처리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다시 사용하는 기술로, 고속증식로가 상용화될 경우 우라늄 자원 이용 효율이 60배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프랑스를 비롯한 원자력 선진국에서도 고속증식로를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은 청정에너지라고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는 그린 테크놀로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론 원자력 발전이 범주상으로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원자력이 전체는 아니다. 부분이다. 하지만 원자력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적인 채산성을 가질 때까지 원자력이 다리가 될 것이다.

안정성 문제는 과제..고준위 폐기물 심층처리 해결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문제가 남아있지 않나.
▲안전성 문제를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장치와 법령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지난 40년간 완벽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50년에는 안전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원자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인적 자원 개발, 폐기물에 대한 안전성, 법제정 등이 필요하다. 안정법 등을 제정할 경우 원자력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진다.

-유럽의 방폐물 처리문제는 어떻나.
▲처분장에 대해 핀란드와 스웨덴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고준위 폐기물로 간주해 지하 깊은 곳에 심층처리하기로 결론이 내려졌다. 현재로서는 심층처리가 유일한 대안이다. 프랑스의 경우 지자체와 협의중인데, 고준위 폐기장에 대한 결론이 곧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평가는.
▲한국은 원자력 분야에 있어 이미 선진 개발국가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과 함께 4대 선진 개발국 중의 하나다.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말을 요새 많이 하는데, 이는 유럽 등 서구에 맞는 얘기이지, 그간 원자력 발전을 꾸준히 해온 아시아에는 `르네상스`라고 부를만 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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