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좀비 마약’ 퇴치 나서…실무그룹 회담 재개

작년 11월 정상회담 후속조치, 베이징서 회의
백악관 “마약 제조·밀거래 단속, 정보 공유 논의”
중국 언론 “양국 관계 협력 전환, 진정성 보여야”
  • 등록 2024-01-31 오전 8:24:04

    수정 2024-01-31 오전 8:24:04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마약인 펜타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협력에 나섰다. 좀비 마약으로도 불리는 펜타닐은 미국의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다.

31일 중국 현지 매체와 미국 백악관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양국 마약 퇴치 워킹그룹 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15일 미국 캘리포나이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관계자들이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AFP)


미국측은 제니퍼 다스칼 백악관 국토안보 부보좌관을 비롯해 국토안보부, 법무부, 재무부, 백악관 국가약품통제정책실 당국자 등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공안부장(장관) 겸 국무위원인 왕샤오훙 국가마약단속위원회 주임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펜타닐의 미국 반입을 막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워킹그룹은 정상회담 합의의 후속 조치다.

미국은 그동안 펜타닐 원료가 중국에서 제공된다고 지적하며 반입 차단을 요구하고 있었다. 펜타닐로 인한 미국 사망자는 2022년 7만5000명이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양측은 그전에도 마약 퇴치를 위한 협의 채널이 있었지만 대만 문제 등으로 사이가 틀어니면서 2022년 8월 중단된 바 있다. 이후 1년 5개월여만에 다시 협의를 재개한 것이다.

백악관은 이번 회의에서 마약 제조와 밀거래 단속을 위해 법 집행 조치를 조정하고 불법 마약 제조에 쓰이는 전구체와 제조 장비 오용 문제 해결, 국제 범죄조직 네트워크의 불법 자금 단속 등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정했다. 정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중국측은 이번 실무적인 회의를 통해 양국이 협력 관계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이 중국과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며 이것이 다음 대선을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일 수도 있지만 양국간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의 미국-유럽연합(EU) 프로그램 책임자인 쑨 청하오는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이 최근 회담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것은 선의의 표시일 뿐만 아니라 마약 위기를 퇴치하려는 미국 노력에 대한 호의”라며 미국은 진정성을 보여야 하고 펜타닐을 연구용으로 만들기 위해 화학물질을 수입했다고 비난한 중국 기업·단체에 대한 제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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