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kg에 깔려 숨진 대학생' 누나 "용돈 벌려다 악 소리도 못 내고"

  • 등록 2021-05-07 오전 9:10:41

    수정 2021-05-07 오전 9:10:4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난달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300㎏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고(故) 이선호 씨의 누나가 남긴 댓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씨의 누나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생의 사망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는 글에 댓글을 달았다.

그는 “이거 내 동생 얘긴데 아직 믿기지도 않고 실감도 안 난다”며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조카들 보고 싶다고 영상 통화하고 나는 애기들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나중에 또 통화하자고 끊은 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누나의 글에 따르면 이 씨는 군 복무를 마친 뒤 복학해 용돈을 벌기 위해 평택항 컨테이너 작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변을 당했다. 사고 당일에도 시험공부를 위해 노트북과 책을 챙겨나갔다고. 누나는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꿈에도 상상 못 했다”고 전했다.

이 씨의 누나는 “내 위에 언니 한 명이 있는데 언니가 장애 2급에 작년 12월에 유방암 걸려서 부모님하고 나하고 남동생이 많이 슬퍼하고 힘들어했다. 나는 시집가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고 남동생이 9살 나는 큰 누나 옆에서 많이 잘 챙겨줬고 큰 누나 끔찍하게 아끼고 걱정해주고 그런 나는 남동생을 더 의지하고 더 아꼈다”며 “지금 우리 언니는 남동생 죽은 거 모르고 있다. 충격받으면 안된다고 해서 티고 못 내고 말도 못하고 있다. 엄마 아빠 두 분 너무 힘드신데 언니 앞에선 울음 참으시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이 지난 6일 트위터에 올린 고 이선호 씨 빈소(오른쪽), 이 씨 누나의 댓글
그는 “그 회사에선 책임자가 계속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전모를 안 쓴 우리 동생을 탓하고 있는데 안전모를 썼어도 300㎏가 넘는 무게가 넘어졌으면 (방법이 없는 거 아닌가)”라고 한 그는 “우리 동생 악 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마칠 때 돼서 집에 가려고 했던 애를 그 책임자가 불러서 지시했는데 그때 목격자 증인도 있는데 왜 발뺌하는지,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건지. 그 책임자라는 사람은 엄마 아빠와도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나도 옛날이지만 몇 번 봤던 아저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며칠 전 한강 사건의 그분도 내 남동생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마음이 굉장히 착잡하더라”라며 “왜 이제 꽃피울 청년들을 데리고 가는 건지”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씨의 누나는 끝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준 동생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 6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00㎏ 컨테이너에 깔려 돌아가신 이선호 군의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금 이 시간 많은 청년들 또는 중장년들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하고 있다”며 “우리는 현장에서 장비에 대한 관리 소홀,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산재로 인한 사망에 대한 당연한 보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대학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보고자 일하다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컨테이너에 깔려 돌아가신 고 이선호 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더욱 취재하고 알리며 우리는 산재에 대해 돌아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은 7일 오전 9시 현재 3만1122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사전동의 100명 이상 청원 글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쳐 게시판에 ‘진행 중 청원’으로 등록한다.

지난달 22일 평택항 야적장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대학생 이 씨가 개방형 컨테이너에 깔렸다. 철판 무게만 300㎏. 이 씨가 구조됐을 때는 이미 심장이 멈춘 뒤였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 씨 아버지는 이후 보름이 흘렀지만 아직 장례식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 씨의 아버지를 포함한 유가족과 사고 대책위는 사고 조사가 여전히 더디다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씨가 해당 작업에 처음으로 투입됐지만 안전 교육이 없었고,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지급되지 않았다는 게 유가족의 주장이다. 특히 원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또 유가족들은 사고 직후 내부 보고를 하느라 119신고가 늦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경찰은 이 씨가 본래 업무가 아닌 컨테이너 작업에 투입된 경위와 안전수칙 준수 여부까지 수사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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