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韓日 반도체 연합…美·中 웃는다

반도체 전쟁 일본 패배 후 日소재·장치 韓 완성품 분업화
수출규제로 韓 탈일본화 추진..중국이 어부지리 얻을수도
대만, 미국 등 반도체회사 공격적 투자로 韓 따라잡기
  • 등록 2019-07-30 오전 8:49:43

    수정 2019-07-30 오후 2:36:3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 일본행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일 갈등으로 반도체 연합이 흔들리며 한국과 일본 모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기업으로부터 성능이 좋은 소재·부품을 공급받아 한국기업이 첨단제품인 반도체를 만들어 판매하는 효율적인 분업체제가 무너진 틈을 타 새로운 경쟁자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반도체 공정마다 일본산 제품 의존 절대적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일 충돌 흔들리는 반도체 연합’이라는 기사에서 반도체 공정에 따른 한국의 일본산 제품 의존도를 상세히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조달하고 박막 증착하며 회로를 전사, 불필요한 막을 제거한 후 완성된 반도체를 패키징하기까지 반도체 제조공정 곳곳에서 일본산 제품이 사용된다.

2018년 기준 한국이 수입한 실리콘 웨이퍼에서 일본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2.8%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일본의 신에츠화학공업과 SUMCO가 세계 점유율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절연성의 박막을 겹쳐 도포할 때 쓰이는 리지스트(감광제)는 온도 변화 등에 민감해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JSR이나 도쿄오우카공업, 스미토모화학 등이 2018년 기준 93.2%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리지스트를 웨이퍼에 균등하게 도포하는 장치 역시 일본 의존율이 98.7%이다. 리지스트 도포장치는 도쿄일렉트론이 세계 점유율 80%를 차지한다. .

‘반도체의 설계도’인 포토마스크는 블랭크 마스크(석영유리기판)에 크로뮴 등 도광막을 도포해 만든다. 이때 빛을 조사하는 스테퍼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다. 포토마스크과 블랭크 마스크의 일본산 의존율은 2018년 기준 74.6%, 6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닛케이는 “포토마스크는 반도체기업 내에서 생산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으나 돗판인쇄(TOPPAN)나 대일본 인쇄 없이는 소비량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블랭크 마스크 역시 HOYA, 신에츠화학공업이 탑메이커로 최근에는 AGC(옛 아사히글라스)가 시장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스테퍼는 네덜란드계 기업인 ASML이 세계 최대 기업이지만 일본산 비율 역시 20.1%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캐논과 니콘 등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일본의 수출 심사 강화 대상에 이미 적용된 고순도 불화수소는 회로의 패턴 중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만 깎아내는 식각공정에 쓰인다. 불산 액체를 사용하는 습식 식각(웨트에칭)과 4불화 메탄가스를 사용하는 건식 식각(드라이에칭)이 있는데 웨트에칭 쪽은 일본의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공업이 큰 손이다.

드라이에칭 장치에서는 미국기업인 램 리서치와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드라이에칭 장치의 일본 의존율은 38.0%에 불과하지만, 수입액은 30억 1623만달러로 규모가 큰 편이다.

질화막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안산은 일본의 라사공업과 일본화학공업, 린카화학공업 등 일본 기업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우리나라의 인산에 대한 일본산 의존율은 95.9%에 달한다. 스프레이식 세정장치 역시 93.0%를 차지했다.

반도체칩을 습도나 먼지로부터 보호하는 에폭시수지 역시 일본산 의존율이 87.4%에 달한다. 스미토모 베이클라이트, 히타치 화성 등이 취급하고 있다. 웨이퍼에서 칩을 분리하는 다이싱 장치는 디스코나 도쿄 정밀 등 일본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자랑한다. 다이싱 장치가 2018년 기준 한국의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7%였다.

脫일본화 진행될 것…반도체 강국 위기에 파고드는 경쟁사

닛케이는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연합을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2000년 일본이 반도체 산업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HS마크잇에 따르면 매출 기준 세계 반도체 기업 순위는 2001년까지만 하더라도 인텔이 1위, 도시바가 2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3위, 삼성전자가 4위였다. 그러나 2018년 삼성전자는 1위로 올라왔고 SK하이닉스는 3위로 올라섰다. 반면 도시바메모리는 8위로 추락했다. 2001년까지만 하더라도 10위권에 들었던 NEC(6위), 히타치제작소(10위)는 아예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사라진 가운데, 갈 곳을 잃은 일본 반도체 소재·장치를 받아준 것이 한국기업이다. 닛케이는 “새로운 탑러너(Top runner)가 이웃나라에 나타면서 일본 영업맨들의 ‘한국 참배’가 이어졌다”고 표현했다. 그 뒤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그 수혜를 입어온 것이 일본 반도체 소재·장치 산업이다. 2017년 기준 전체 반도체 장치 수출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차지한다. 소재산업에서도 한국은 대만에 이어 제2위(16.8%)의 큰 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닛케이는 큰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일본 반도체 소재·장치 기업이 생산거점을 한국이나 제3국으로 이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고품질 첨단 제품으로 경쟁력을 키워온 한국은 일본산 제품이 중국산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구매를 하는 소중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공급사슬망을 흔드는 상황에서 대안 조달처로서 중국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리튬 이온 전지에 활용된 음극(흑연)은 2008년 90.8%였던 일본산 제품 비중이 2018년 12.8%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8.9%에서 79.8%로 올라갔다.

한국 반도체 산업 역시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또 한 번의 도약이 필요한 상황에서 암초를 만난 때문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 대만, 일본 업체의 공격이 매섭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일본이 EUV 공정용 포토리지스트를 수출 규제 대상에 올린 직후, 단 극자외선(EUV) 공정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격차를 벌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점유율을 차지하는 일본 도시바메모리 역시 최근 이름을 ‘키옥시아’로 바꾸고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을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 브로드컴, 퀄컴 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악재에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꼽히는 기업들이다.

미국 증권가에서 이들 기업의 주가는 무역분쟁과 과잉생산으로 씨름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일 갈등으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경우,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대폭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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