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감세는 재정지출과 함께 일정부분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감세정책은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만 부각된 나머지 `부자감세·서민증세`라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 속에 반쪽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소득세 깎아줬지만..소비효과 `글쎄` 소득세는 서민, 중산층, 고소득층 등 전 계층에 걸쳐 깎아줬다. 과세표준 1억원인 근로자는 2008년 2186만원의 세금을 냈으나 올해는 2010만원만 내면 된다. 무려 176만원의 세금을 깎아준 것이다. 5000만원인 근로자도 778만원에서 678만원으로 100만원이 줄었다.(근로소득세액공제 제외)
그렇지만 정부의 예측대로 소득세 감세가 소비 진작을 불러왔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다. 실제 통계청의 올 `1분기 가계 동향`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소비지출을 의미하는 평균 소비성향(소득 중에 세금을 내거나 보험료를 내는 등 반드시 써야할 부분을 뺀 처분가능소득을 소비지출로 나눈 것)은 78.2%로, 감세가 이뤄지기 전이었던 2008년 1분기 78.4%보다 오히려 줄었다.
올 1분기와 2008년 1분기 모두 물가 상승시점이었던 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거의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감세가 소비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 계층은 61.0%로 0.6%포인트 떨어졌다. 여기에 근로소득자의 절반(2009년 기준 40.2%)이 각종 비과세와 면세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세금 무풍지대`라는 점 역시 감세효과가 나타나는 데 큰 걸림돌로 평가됐다.
정치권에선 소득세는 추가감세보단 1억원 또는 1억2000만원 과세표준을 추가로 신설해 증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재원 마련을 비롯해 고소득자 증세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법인세 감세..갈수록 고용, 투자 늘어 기업 역시 법인세 감세를 통해 혜택을 받았다. 2008년과 비교해 법인세 과세표준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됐고, 2억원 이하구간은 13%에서 10%로 낮아졌다. 2억원 초과구간도 25%에서 22%까지 낮아졌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2008년 81조4000억원을 투자했으나 2009년 72조1000억원으로 11.4%(9조3000억원)가 줄었다. 신규 고용도 8만4000명에서 7만5000명으로 10.7%(9000명)가 감소했다. 그러나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같은 기간 43조8041억원에서 52조1461억원으로 19%(8조3420억원)가 넘게 증가했다.
고용과 투자를 늘리기 위해 법인세를 깎아준 정부로선 이 같은 현상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 경제가 회복되면서 기업의 고용과 투자는 늘고 있다. 30대 그룹은 지난해 100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10만7000명을 고용했다. 올해도 113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11만8000명을 고용키로 했다. 이를 두고 정부는 법인세 인하에 따른 낙수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경기 회복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라며 낙수효과에 반신반의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법인세는 감세를 유지하되, 소득세는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홍콩(16.5%), 싱가포르(17%) 등 주변국이 기업에 대해 큰 폭의 감세를 단행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법인세 감세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조세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를 5%포인트 인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투자는 2~3%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은 0.4~1.2% 증가한다. 또 감세에 따른 이익은 법인이 절반이상(59.5%) 가져가지만 소비자(17%), 주주(15%), 근로자(8.5%) 등도 고루 혜택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세효과에 대체로 부정적이었던 국회예산정책처도 '중장기 세제개편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재정수지 균형까지 법인세율 인하를 유보할 필요가 있지만 법인세율 인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혀 법인세 인하효과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