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머니무브)④M&A가 돌아왔다

사모펀드 등 스마트머니 동면 끝 기지개
최근 M&A 발표 급증
사모펀드 중심 LBO 외에 기업간 합종연횡도 활발
  • 등록 2009-04-10 오전 10:40:02

    수정 2009-04-10 오전 10:40:02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금융위기의 파고가 차츰 가라앉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자본 시장의 스마트 머니(Smart money)의 움직임도 슬슬 개시되고 있다.

스마트 머니는 일반 투자자들이 미처 깨닫기 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 발빠르게 움직인다. 이름처럼 `머리 좋은(smart)` 자금이랄 수 있다.

대표적 스마트 머니인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벌처펀드 등은 요즘 위기가 한창일 때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빠져 나왔던 이머징 마켓 증시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한동안 큰 수익을 올렸던 기업 인수에도 다시 눈독을 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그들에겐 지금이야말로 적기 중의 적기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전인 지금이야말로 `싼 값`에 인수에 나설 수 있기 때문. 그리고 경기가 반등한다면 그 만큼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 시장도 다소 풀리면서 이들의 움직임은 최근 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간 인수합병(M&A)도 다수 출현하고 있다. 어려웠던 자금 조달이 조금 풀리기도 했고,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들에게도 지금은 역시 싼 가격에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다. 시장은 이렇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생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서브프라임 폭격 지나간 M&A 시장 

서브프라임 위기가 불붙기 전인 2004년 무렵부터 2007년 초반까지 수 년간 M&A 시장은 그야말로 낚시대만 드리우면 대어도 낚을 수 있는 곳이었다.  

▲ 2005년 이후 분기별 글로벌 M&A 추이(자료; 딜로직..발표 기준)
금리는 낮았고, 이에 따라 유동성도 풍부했다.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한 차입매수(LBO)는 거품 논란이 일 만큼 붐을 이뤘다.
 
돈 빌리기가 쉬웠던 터라 1000억달러가 넘는 대형 M&A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됐고, 성사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사모펀드들은 한 때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용시장 경색으로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자 M&A 시장은 급속도록 말라갔다. 2008년 한 해 M&A 시장은 거의 고사상태였고 이 같은 추세는 올해 1분기까지도 계속됐다. 규모가 작은 사모펀드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완료된 전세계 M&A 규모는 4820억달러(발표된 규모론 5530억달러)로 한 해 전 같은 기간 8293억달러에 비해 42%나 감소했다. M&A 건수로도 6693건에 불과해 전년 동기 1만182건에 크게 못미쳤다.
 
◇ M&A 시장 다시 활기.. 돈이 움직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M&A 시장이 다시 싹을 틔우고 있다. 아직 결과가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전과 다르다.
 
위기가 이제는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냔 말이 나올 만큼 국제 금융 시장의 분위기는 많이 호전됐다. 각국 정부의 부양 노력이나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와 양적완화가 비로소 시장에 윤기를 더해주고 있다.
 
M&A 자문사 에버코어 파트너스의 로저 앨트만 회장은 "신용 시장의 상황이 속도는 느리고 고통스럽지만 시간이 갈 수록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스마트 머니들도 긴 동면을 끝내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이들은 넉다운된 은행 등 금융사는 물론, 지금은 어려워졌지만 인수 후 구조조정을 통해 가치를 높여 되팔 수 있는 기업, 유망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을 더 비싸지기 전에 사들이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월초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파산한 인디맥 뱅크를 매물로 내놓자 이를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이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모펀드 듄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J.C. 플라워즈 & Co. , 그리고 헤지펀드 폴슨 & Co., 마이클 델이 이끄는 투자사 MSD 캐피탈,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SFM)등이 그들이었다. 이들은 13억달러를 주고 인디맥을 인수했다. 관련기사 ☞ 월가 스마트머니, 부실은행 인수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텍사스의 거부로 저축대부조합(S&L) 사태 때에도 투자에 나섰던 제럴드 포드 역시 은행 인수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부실 금융사 인수에 주목하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벌처 사냥꾼 윌버 로스도 한창 입질중이다. 
 
이미 지난해 은행과 저축은행들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고, 모기지 서비스 업체도 사들였다. 또 최근엔 "시가총액 10억~20억달러 가량되는 재보험사가 널려 있다"며 "이들의 인수와 통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신용위기로 가치가 낮아진 금융사를 사들이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엔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모펀드 CVC 캐피탈 파트너스는 영국 바클레이즈가 눈물을 머금고 내놓은 상장지수펀드(ETF) 사업부 i셰어즈를 42억달러에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엔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 보험 자산을 매입하려고도 했던 CVC는 이외에도 금융사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매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제약업계 등 기업간 M&A도 활발

사모펀드가 개입되지 않은 기업간 M&A도 활성화하고 있다.
 
제약업계가 대표적. 미국 제약사 머크는 경쟁사 셰링플라우를 인수하기로 했고,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는 와이어스를 사들였다. 이는 지난 2000년 글락소가 스미스클라인을 76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M&A였다. 벌써부터 다음 수순은 누가 될 것이란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제약업계 합종연횡은 바삐 이뤄지고 있다.
 
화학업체 다우케미칼도 경쟁사 롬 앤 하스를 153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협상이 이뤄지려다 결렬됐지만 IBM이 선 마이크로 시스템즈를 인수하려 했던 것은 정보기술(IT) 업계에 있어 빅뉴스였다. M&A를 통해 경쟁력을 키운 대표적인 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즈는 퓨어 디지털이란 곳을 인수하는 등 여전한 식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형 주택업체 풀트 홈즈가 소형사 센텍스를 13억달러에 인수, 미 최대 주택업체로 부상하게 됐다는 소식도 시장을 흥분시켰다.
 
UBS의 데이비드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주택 부문에서 M&A는 침체에서 빠져나오는 속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주택 공급이 줄고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있으며 정부의 경기부양책까지 나와 하반기엔 시장의 저점이 확인될 것이라면서 이에따라 2010년엔 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최근 `대형 M&A의 르네상스`란 기사에서 이들 기업간 M&A는 주식 시장이 점차 개선되면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 시장 및 경기 회복과 함께 염가매수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타임은 "싼 것이 비싸지고 있다"며 "M&A 환경은 2년 전에 비해 안전하지는 않지만 목표로 하는 기업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의 투자은행 부문 헤드인 폴 J. 타우브먼은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엔 M&A 시장이 바닥을 치고 바닥으로부터 빠져나와 재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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