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철기자] 정부가 거래세 중과에 이어 지난 3일 보유세 강화 조치를 내놓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시장은 가격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매물증가 등 현장에서의 큰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양도세를 중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부동산에 매기는 보유세 과표를 대폭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지역 아파트 거래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전문가들과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강남아파트 재산세가 최고 6~7배 인상됨으로써 부담을 느낀 다주택 보유자들이 시행이전인 내년 6월1일 이전에 대거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도 추가하락 내지는 약보합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산세 과세 강화에 따라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전용면적 41평형의 경우 올해 12만6000원이던 재산세는 내년에 92만6000원으로 6배 이상 인상된다. 종합토지세도 7만2000원에서 12만3000원으로 올라간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02평형의 경우도 재산세는 491만3000원에서 742만4000원으로, 종토세는 12만2000원에서 16만3000원으로 상승한다.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52평형도 재산세는 20만4000원에서 108만7000원으로, 종토세는 31만원에서 58만1000원으로 오른다.
이들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같은 보유세 강화조치에 대해 아직까지 주민들의 직접적인 반응이 없지만 다주택보유 투자자들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남구 도곡동 석사공인 관계자는 "아직까지 매물이나 매도문의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부담을 느낀 다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대거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매수세가 없어 가뜩이나 위축된 거래시장이 더욱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에이폴공인 관계자도 "다주택 보유자는 물론 자가주택 소유자도 보유세 인상이 부담이 될 것"이라며 며 "10.29대책 이후 약세를 보이는 아파트값에 악재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세금부담은 늘어난 반면 집값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아파트 투자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보유세가 대폭 인상됨에 따라 앞으로 아파트에 투자하려면 상당한 자금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투자하기 어렵게 됐다"며 "기존아파트 투자의 메리트가 사라진다는 것은 신규 분양아파트 투자에도 영향을 미쳐 분양시장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보유세 인상으로 늘어난 부담이 강남 등 인기지역에서는 전세가에 전가, 전세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윤진섭 부동산뱅크 팀장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강남지역 전세시장의 경우 내년부터 재건축에 따른 멸실도 많아 전세물량 부족이 예상된다"며 "공급자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보유세 인상분 만큼 전세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거래침체가 지속될 경우 주택시장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김선덕 소장은 "거래침체가 지속될 경우 공급감소는 물론 집값 왜곡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며 "집값은 안정시키면서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