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라의 인간 게놈 해독

  • 등록 2000-06-27 오후 3:52:01

    수정 2000-06-27 오후 3:52:01

“인간 유전자 해독으로 모든 가능성이 담겨져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됐다.”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함에 따라 신약 개발을 통한 질병 치료와 개인의 유전적 형질에 맞는 약품 개발, 단백질 제조, DNA 돌연변이 발견, 생명 연장 등과 같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꿈 같은 일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유전자 해독만으로 이런 모든 것이 곧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26일 휴먼 게놈 프로젝트와 함께 인간 게놈 해독을 발표한 셀레라 게노믹스의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것이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다. 셀레라의 주가는 이날 뉴스가 나오자 하락했다. 그 하락 폭은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과 거의 들어맞는 수준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꾸준히 주식을 매입했다. 거래량은 690여만 주를 기록했다. 이날 셀레라의 주가는 장 초반에 강세를 보인 뒤 곧바로 하락, 오후 장 내내 10% 정도 하락한 수준을 유지했다. 셀레라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전문가들이 유전자 해독으로 셀레라의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까지 셀레라가 과학적 성과를 이익과 성장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생명공학 주식에 대한 레터를 내는 존 맥카만트는 “셀레라는 누구보다 빨리 이 일을 해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약속한 모든 것을 이행할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셀레라의 크레이그 벤터 사장의 답변은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그는 “셀레라의 비즈니스 플랜이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셀레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은 기초 자료를 무료로 나눠 주겠다는 데 기반한다. 셀레라는 지금까지 인간 게놈 해독을 위해 1억5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그런 것을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셀레라의 비즈니스 플랜은 다음과 같다. 데이터를 받아간 기업이나 연구소가 게놈 정보를 쉽게 캐내고 찾아내는 도구를 요구할 것이며, 이와 함께 게놈에 대한 보다 풍부한 양의 정보를 돈 주고 살 것이다. ‘원숭이 꽃신’처럼 결국은 안 받고는 못 배기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의 가장 중요한 형태가 몇 주전에 드러났다. 셀레라는 그 때 쥐 유전자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연구소의 절반 정도를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인간과 쥐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쥐의 유전자 정보는 인간 게놈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약회사나 생명공학 업체는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쥐에 대해서는 할 수 있다. 그리고 쥐는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비슷하다. 따라서 게놈 연구를 바탕으로 쥐에 대한 실험이 성공했다면 인간 질병에 대한 치료약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국제적 프로젝트 팀인 휴먼 게놈 프로젝트도 쥐 유전자 지도 해독을 하고 있지만 2005년 이후까지도 쥐 유전자 지도를 완성시킬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셀레라는 올해 말까지 쥐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셀레라가 쥐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게 되면 셀레라의 데이터베이스를 사겠다는 곳이 줄을 잇게 된다.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독점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되는 것이다. 셀레라는 지금까지 몇 군데 기업과 대학에 유전자 정보를 팔기로 계약을 맺었다. 연간 1500만 달러 규모다. 그리고 26일에는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약을 개발한 대형 생명공학 업체인 이뮤넥스와 데이터베이스 판매 계약을 맺었다. 셀레라는 또 질병을 앓고 있는 개인을 검사해주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자에 알맞은 약을 개발해주겠다는 것이다. 셀레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인카이트 게노믹스. 셀레라보다 먼저 시작한 이 회사는 막대한 분량의 유전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전 세계의 상위 20개 제약회사중 18개가 새로운 약 개발 목적으로 이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사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사업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인카이트의 랜디 스콧 사장은 “사람들은 책을 요약한 것을 읽기를 바라지 않는다. 책을 주문하기를 원한다. 이 사업은 아마존 사업과 같다”고 말했다. 인카이트는 작년에 1억5700만 달러 수입에 268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셀레라는 지난 3월말로 끝난 9개월간 2770만 달러 수입에 678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그리고 26일 주가는 10.2% 하락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많은 투자자들은 셀레라의 장기적 발전 가능성을 믿고 투자하고 있다. 셀레라의 주가는 지난 1년간 1439%나 상승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명공학 업체는 셀레라와 같은 독점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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