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석유공룡 쉘에 "회사 둘로 쪼개라"

서드포인트 "쉘 사업전략 모순되고 일관성 없어"
"석유·재생에너지 사업, 각 독립회사로 분할해야" 압박
  • 등록 2021-10-28 오전 9:13:41

    수정 2021-10-28 오후 9:03:34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네덜란드의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 로얄더치쉘(이하 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가 쉘을 상대로 “회사를 두 개로 쪼개라”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서드포인트는 이날 쉘을 상대로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가 각기 너무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회사는 이들을 달래려고 시도하면서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모순되고 상충되는 전략들을 펼치고 있다”며 “일관성 없는 (사업) 전략으로 수렁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석유 사업, 그리고 투자가 필요한 재생 에너지 부문을 나눠 두 개의 독립형 회사로 분할해야 한다”고 촉구했며 “이같은 대담한 전략을 추구하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가 가속화하고 주주 이익이 크게 증가해 모든 이해 관계자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지펀드 업계 거물 대니얼 뢰브가 이끄는 서드포인트는 기업 주식을 사들여 의결권을 확보한 뒤 지배구조 개선·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거나 경영에 개입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투자 전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소식통에 따르면 서드포인트는 쉘 지분 7억 5000만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헤지펀드는 지난해 12월엔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을 상대로 “전략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FT는 “최근 주요 석유·가스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탈(脫)탄소화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압박을 받고 있다. 소규모 행동주의 헤지펀드 엔진넘버원 역시 쉘의 경쟁업체인 미국의 엑슨모빌을 상대로 성공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서드포인트의 이번 조치는 네덜란드 법원이 지난 5월 쉘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가속화하라고 명령한 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온 것이다. 또 미 의회 청문회에서 엑슨모빌, 쉐브론,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과 기후변화를 유발한 화석연료 사용과 관련해 대중을 오도했는지 여부에 대한 증언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쉘은 “서드포인트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과의 열린 대화를 환영한다. 우리는 모든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서드포인트와 사전에 대화를 나눴으며 그들의 아이디어를 주의 깊게 경청했다”며 “지난 4월 발표한 에너지 전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 전략은 주주 89%의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부 투자자들은 서드포인트의 요구에 대해 “아직 실질적인 재생 에너지 기술이 없는 쉘이 무엇을 위해 사업을 분리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쉘은 최근 미 재생 에너지 업체 ‘인스파이어 에너지 캐피털’을 인수하고, 미 최대 규모 사업인 텍사스 유전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등 사업 개편 및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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