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 시체 기중기로 매달아…탈레반, 공포 정치 본격화

4명 사살해 주요 도시 광장에서 전시…“경고 차원”
탈레반, ‘권선징악부’ 만들고 손발 자르는 형벌 부활
美 “학대에 책임 물을 것” 탈레반 “누구도 간섭 못 해"
  • 등록 2021-09-26 오후 2:15:02

    수정 2021-09-26 오후 3:07:56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탈레반이 사살된 납치범 시신을 기중기에 매달아 군중 앞에 전시했다.

기중기에 매달린 시신을 보고 있는 아프간 주민들(사진=AFP)
탈레반은 앞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집행하는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를 만들고 총살이나 손발을 절단하는 형벌을 부활시키는 등 공포정치를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탈레반이 아프간 서부 헤라트 광장에 납치범으로 의심되는 4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기중기에 매달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탈레반은 한 구만을 남긴 채 나머지 3구는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헤라트 지역 경찰서장인 지아울하크 잘랄리는 지난 24일 4명의 남성이 한 사업가와 그의 아들을 납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탈레반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전원 사살됐고 납치된 2명은 무사히 구조됐다고 잘랄리 서장은 밝혔다.

셰어 아마드 아마르 헤라트 부지사는 “다른 납치범들에게 교훈을 주고자 그들의 시신을 중앙 광장으로 옮겨 매달았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레반 고위 관계자 또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행동의 목적은 모든 범죄자에게 그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2001년 알 카에다 축출을 위해 아프간을 침공한 미군에게 패배하며 정권을 내줬다. 이후 미군의 지원으로 민주정부가 수립됐지만, 미군이 철군을 결정하면서 탈레반의 반격이 본격화 됐다. 결국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이 함락하면서 정권을 재탈환했다.

재집권한 탈레반은 여성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공개처형을 폐지하는 등 ‘온건한 통치’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총살하는가 하면, 과도 내각에서 권선징악부 장관을 맡은 물라 누루딘 투라비는 총살이나 손발을 자르는 형벌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국제사회와 단호하게 학대의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라비 장관은 AP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공개 처형을 두고 우리를 비난했지만 우리는 그들의 법과 처벌에 대해 아무 말도 한 적이 없다”라면서 “우리는 꾸란에 기초한 법을 만들 것이며, 누구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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