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현대차 '세계 10대 엔진' 2개 선정..소비자 시각은

  • 등록 2018-12-31 오전 10:05:28

    수정 2018-12-31 오전 10:05:28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현대자동차는 12월 중순 미국 자동차 조사업체인 '워즈오토'가 선정한 ‘2019 세계 10대 엔진’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선정된 파워트레인은 넥쏘 113kW 수소전기 시스템, 코나 EV 150kW 전기차 시스템이다.

이에 현대차 홍보실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친환경 파워트레인이 2종이나 선정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미래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된 쾌거”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현대차가 세계 10대 엔진에 2개나 선정된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금 현대차가 주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엔진이 아닌 수소와 전기 파워트레인'이다. 대외적인 홍보용이 아닌가 해 뒷맛이 씁쓸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최근 직분사 엔진(GDI) 불량 문제로 국내외에서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해외에서는 리콜, 국내에서는 무상수리로 대응해 해묵은 '국내 역차별' 논란까지 다시 등장할 정도다. 현대차가 전동화 시대를 대비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 것일지 이전 수상 내역에 비춰 분석해봤다. 현대자동차는 이번을 포함해 지금까지 8번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됐다. 4.6L(2009, 2010 수상)와 5.0L 타우 V8(2011 수상), 1.6L 감마 I4(2012 수상), FCEV 100kW 수소전기시스템(2015 수상), 2.0L 누우 I4 PHEV(2016 수상), 1.4L 카파 I4 터보(2017 수상), 3.3L 람다 V6 트윈터보(2018 수상) 등이 포함된다.

이번 현대차 수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내연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2019 세계 10대 엔진'의 평균 배기량은 2.68L로 지난해 3.01L 대비 0.33L 감소했다. 5.0L가 넘는 엔진이 두 종(쉐보레 6.2L OHV V8 with DFM, 포드 5.0L DOHC V8)이나 됐지만 전기모터 역시 두 종으로 평균 배기량이 하락했다.

워즈오토는 1924년 창간된 미국의 자동차 전문 미디어다. 1994년부터 세계 10대 엔진을 선정해오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매체가 선정하는 베스트 엔진 순위인 만큼 신뢰도가 높다. 물론 자동차 업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지만 현대기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한국의 미디어 환경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어느 정도 공정성을 유지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객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워즈오토의 선정 방식은 지극히 미국적이다. 우선 미국에 판매되는 모델이 대상이다. 단종이 아닌 다음해 1분기 이후에도 계속 생산되는 6만 달러 미만 차량에 장착된 엔진 중 10개를 선정한다. 이번에는 총 34개의 엔진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세부 평가항목으로는 출력, 토크, 제조사 별 기술력, 연비, 시장 경쟁력, 소음 등이 있다. 매해 10월부터 11월까지 차량을 직접 시승한 워즈오토 에디터들의 평가로 세계 10대 엔진이 결정된다. 올해의 자동차를 뽑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주관적인 부분이 강하다.

워즈오토의 세계 10대 엔진 선정은 온전히 에디터들에 의해 이뤄진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델에 국한된다는 점과 에디터들의 주관이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19 세계 10대 엔진’에 현대차의 파워트레인이 이름을 올렸지만 각종 현대차 동호회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유는 ‘2011 세계 10대 엔진’을 수상한 1.6L 감마 GDI(연료직분사방식) 엔진이 최근 현대차 결함의 중심에 서 있어서다. 감마엔진은 국내외에서 엔진 오일이 증가 혹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때로 출력이 떨어지거나 연비가 감소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주행 중 정차하기까지 한다. 대부분 2,3년 지나 발생한 것으로 내구성 문제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1.6 감마 GDI 엔진은 중국에선 엔진 오일이 증가하고 국내에서는 엔진 오일이 감소한다. 결함의 증상이 다르다. 대응 방식도 차이가 난다. 현대차는 지난 10월부터 중국에서 감마엔진을 장착한 40만377대 대한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가 진행 중이다. 증상은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고압을 견뎌야 하는 직분사 엔진의 내구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이다. 짧은 시승 평가로는 세계 10대 엔진에 오를 수 있지만 10만km 이상 주행 시 드러난 내구성은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파워트레인이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됐다는 사실에 더 이상 환호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의 발 빠르고 적절한 조치다. 신기술 개발과 적용은 자동차 업체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수요소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된 사실은 축하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글로벌 제조사라면 이전에 판매했던 차량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조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연이어 발생한 엔진 문제에 대한 현대차의 책임감 있는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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