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경매②] '눈팅'만 하던 김과장, 이렇게 미술품 샀다

40대 주부 인테리어로 20대 선물용으로
서울옥션·K옥션 분기별 정기경매 열어
누구나 참여·참관…전화·인터넷 응찰 가능
취미 겸 재테크…30대 샐러리맨 부쩍 늘어
  • 등록 2013-08-23 오전 10:22:07

    수정 2013-08-23 오전 10:22:07

경매장 전경(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중반 김 과장은 그동안 마음으로만 찍어뒀던 미술품을 드디어 구매했다. 평소 미술잡지 등을 통해 유명작가의 작품이나 경매 등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오다가 얼마 전 서울옥션의 ‘마이 퍼스트 컬렉션’이라는 경매에서 모아둔 200만원으로 해외 유명작가의 판화작품을 샀다. 무엇보다 오랜 소망을 이뤘다는 기쁨이 컸다. 게다가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맥을 못추는 요즘, 해외 유명작가의 판화를 사두면 미래 재테크 수단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시부모와 함께 사는 40대 주부 최씨는 거주한 지 오래된 아파트 분위기를 바꾸려고 고민하던 중 미술품으로 인테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40평대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 공사에만 적어도 3000만~4000만원 정도의 견적이 나온다는 말에, 부담 없는 가격에 참여하기도 편리한 온라인 미술품 경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한 달간 ‘눈팅’만 하다가 회화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판화 3점을 구입했다. 50만원에 낙찰받은 유산 민경갑의 ‘모란도’는 시부모 방에, 100만원대 초반의 이대원의 판화는 거실 소파 위, 그리고 사석원의 판화작품은 아이들 방에 걸어 분위기를 싹 바꿨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20대 후반 이 대리는 최근 친구의 신혼 집들이 선물용으로 ‘프린트 베이커리’에서 ‘이왈종 10호’를 구매했다. 프린트 베이커리는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 누구나 부담 없이 미술품을 소장하자는 취지에서 국내 한 회사가 운영 중인 아트상품이다. 인기작가의 그림을 프린트·압축해 아크릴 액자에 넣어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화백의 진품을 구매하려면 작품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웠겠지만 베이커리 작품은 18만원에 구입했다. 동백꽃이 가득한 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부부와 애완견의 모습이 신혼집 분위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프린트 베이커리에 나온 ‘이왈종 10호’(사진=프린트 베이커리)
▲지난 5년간 700억∼1200억원대 시장 조성

미술품 경매시장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미술경매가 더이상 일부 VIP나 컬렉터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우리도 미국 뉴요커나 프랑스 파리지앵처럼 주말에 쇼핑하듯이 경매장으로 나들이를 갈 날이 머지않았다. 그렇다면 경매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런던에 소더비, 뉴욕에 크리스티가 있다면 서울엔 서울옥션·K옥션 등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가 있다. 지난해 이들 옥션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47%와 35%로 전체 시장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기타 마이옥션·아이옥션 등 중소 경매회사를 모두 더한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규모는 809억 3400만원(미술시장연구소 집계)이었다. 2007년에 박수근·김환기의 작품 다수가 최고가에 거래되면서 1926억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00억~1200억원 사이를 오르내렸다.

▲대표 국내 옥션, 분기별 정기경매 열어

서울옥션과 K옥션은 모두 회차가 붙는 정기경매를 분기별(3·6·9·12월)로 1회씩 연간 총 4회 연다. 진행방식은 간단하다. 먼저 의뢰인이 작품 경매를 의뢰하면 경매회사에서 현장조사를 한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물론 의뢰받은 작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감정이다. 분야별 스페셜리스트가 1차로 내부 감정하고 경매회사에서 위촉한 복수의 외부 전문 감정위원과 기관·작가 혹은 작가 유족이 2차 감정을 한다. 진위가 입증되면 경매회사는 의뢰인과 최소가격이라 할 수 있는 시작가를 상정한다. 그 다음 낙찰 참여자들을 위한 실물 전시가 열린다. 이를 보통 ‘프리뷰’(preview)라 한다. 프리뷰는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람 가능하기 때문에 ‘프리뷰’(freeview)라고도 한다.

▲30대 회사원 참여 부쩍 들어

경매에 응찰하는 방법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본 그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경매현장에서 패들(번호표)을 들어 응찰하거나 현장 참석이 어려운 경우엔 전화 응찰, 서류 응찰도 가능하다. 다만 모든 과정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을 뿐 실명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미리 인적사항 등을 기입한 정회원에게만 자격을 부여한다. K옥션의 한 관계자는 “경매장 하면 흔히 머리가 하얀 노인들만 참여하는 곳으로 상상하기 쉽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는 30대 회사원들의 참여가 부쩍 늘었다. 취미생활과 재테크를 겸하는 눈치”라며 “생각보다 경매가가 저렴하고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갈수록 연령별·직종별로 경매 참여 응찰자들의 계층이 다양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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