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즉흥·깜짝쇼’일까?

  • 등록 2010-08-29 오후 9:02:23

    수정 2010-09-03 오후 4:44:22

[경향닷컴 제공]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공교롭게 동시에 발생하면서 북한 최고지도부의 ‘돌발성 행동’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해 현상을 파악하는 데 따른 ‘거울효과’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과 카터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최장 수개월의 준비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29일 “김정일 방중에 따른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인상”이라면서 “북·중관계로 보아 오래전부터 서로 조율과정을 거친 방중으로 몇 가지 목적이 있을 수 있지만 김일성 주석의 족적을 좇는 순례성격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이 지난 2월 지린~창춘 등지를 순방했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노선을 미리 답사한 성격이 짙어서다.

카터의 방북과 김 위원장의 방중 일자가 겹친 것 역시 ‘의외성’의 관점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은 지난 27일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NPR)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이 카터를 만나지 않은 것은 건강이 좋지 않아 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 했거나, 방중 일정을 잡은 뒤 우연히 카터 방북과 겹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터가 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의전상 소홀히 할 수 없는 인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직 지도자인 후진타오 주석과의 공식일정을 먼저 고려해야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베이징의 다른 소식통은 특히 카터의 ‘사적 방문’과 관련, “다른 사람이 아닌, 방문자가 카터였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면서 “김정일과의 면담 여부와 관계없이 카터재단과 북측 간의 사전 방북 준비과정에 이미 서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충분히 교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민간인 방북자들도 거의 예외없이 국무부로 초청, 평양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보고받는다는 점에서 아직 침묵하고 있는 ‘카터의 방북 보따리’를 결국 대북정책 재검토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는다.

김 위원장의 방중 및 카터의 방북 결과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최고지도부의 즉흥적인 행동 탓에 북·중관계와 북·미관계 및 한반도 정세가 춤을 출 것이라는 시각은 거울에 비친 ‘자기 생각’일 수 있다는 분석들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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