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해 현상을 파악하는 데 따른 ‘거울효과’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과 카터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최장 수개월의 준비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29일 “김정일 방중에 따른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인상”이라면서 “북·중관계로 보아 오래전부터 서로 조율과정을 거친 방중으로 몇 가지 목적이 있을 수 있지만 김일성 주석의 족적을 좇는 순례성격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카터의 방북과 김 위원장의 방중 일자가 겹친 것 역시 ‘의외성’의 관점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은 지난 27일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NPR)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이 카터를 만나지 않은 것은 건강이 좋지 않아 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 했거나, 방중 일정을 잡은 뒤 우연히 카터 방북과 겹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터가 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의전상 소홀히 할 수 없는 인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직 지도자인 후진타오 주석과의 공식일정을 먼저 고려해야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미 국무부가 민간인 방북자들도 거의 예외없이 국무부로 초청, 평양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보고받는다는 점에서 아직 침묵하고 있는 ‘카터의 방북 보따리’를 결국 대북정책 재검토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는다.
김 위원장의 방중 및 카터의 방북 결과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최고지도부의 즉흥적인 행동 탓에 북·중관계와 북·미관계 및 한반도 정세가 춤을 출 것이라는 시각은 거울에 비친 ‘자기 생각’일 수 있다는 분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