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에 투자한 대학 등의 기부금 펀드에서 `캐피탈 콜`이 일어나면서 자금이 대거 유출됐다. 여기에 헤지펀드의 저조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겹치면서 헤지펀드 청산이 일어나고 있다”
패트릭 톰슨 아이비에셋매니지먼트 매니징디렉터가 전하는 헤지펀드 업계 내부의 분위기는 디레버리징 여파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한다. 유동성이 말라가는 고통에서 헤지펀드도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 돈줄이 말랐다..레버리지에 기반한 고수익 모델은 퇴장
든든한 `돈줄` 역할을 했던 각종 기부금 펀드 등에서 자금이 썰물같이 빠져나가면서 헤지펀드 업계는 `펀드런`의 고통을 겪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가 더 이상 풍부한 유동성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다.
끊임없이 공급되는 유동성에 기반해 고수익을 달성했던 지난 몇 년 동안의 운용전략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시장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면서 헤지펀드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했던 전략들이 통하지 않게 됐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특히 리스크 부담을 지나치게 많이 떠안는 전략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아비트리지(무위험 차익거래)`에 기반한 전략이나 시장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에쿼티 롱 숏`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아비트리지 전략은 시장의 변동성이 이론적인 균형에서 유지될 때 가능한데, 각 시장간의 상관관계가 낮아지면서 효과성이 떨어졌다”며 “`에쿼티 롱 숏` 전략도 어느 한 쪽 방향에 40% 이상의 리스크를 둘 경우 상당히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에 위치한 헤지펀드 사리스(SSARIS)의 상품개발 부문 부대표인 로버트 P 코비노 주니어는 “크레딧 스프레드를 이용해 레버리지를 일으킨 전략도 크레딧 시장이 아무도 예상 못 할 정도로 위축된 상황으로 전개됐기 때문에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 "현금 보유 50%넘는 펀드도 있어..리스크 관리에 강조점 찍힐 듯"
|
당연히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키지 않고 리스크 관리에 철저한 전략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시장 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축소시키는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기대수익률 수준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데이비드 전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100을 200으로 만드는 전략이 인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매해 15%의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전략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됐다. 레버러지 비율을 제한적으로 운용하며 시장 변동성에 탄력적으로 포지션을 조정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코비노 사리스 상품개발 부문 부대표는 “레버러지 비율을 일정 정도로 제한할 수 있는 상품선물(Commodity futures)에 투자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포지션을 신축적으로 조정했다”며 “투명하게 리스크 레벨을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민섭 애널리스트도 “지금까지 수익율이 헤지펀드 평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레버리지와 유동성,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이 헤지펀드 평가의 가장 큰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