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박동석 김상욱기자] 급등세를 보이던 물가가 주춤했다. 채소값이 안정세을 보이고 국제유가도 하락 조짐을 보인 탓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올해 물가 방어선인 3%대 목표도 간신히 지켜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달러 약세, 고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값 하락등 주변 여건도 물가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물가 수준이 높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의 생활을 조이고 있다.
◇`꺾이지 않는 물가`
지난 10월 물가는 전월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물가 상태가 이어졌다.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로는 3.8% 상승했고 전년동기대비로도 3.7% 오르며 물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지난달에 이어 농축수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고유가에 영향받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과 도시가스, 시내버스 등 공공서비스 요금이 오른 영향이 많이 반영됐다.
공업제품의 전월비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0.16%포인트, 공공서비스는 0.09%포인트로 농축수산물이 전월비 0.24%포인트 하락한 영향을 상쇄시켰다.
반면 경기침체로 집세와 개인서비스는 지난달에 이어 소폭 등락하는데 그쳤다. 집세는 0.1% 하락, 개인서비스는 0.1% 상승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월대비 0.1%, 전년동월대비 3.4% 상승했다.
◇`가벼워지는 장바구니`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눈에 띄게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의 오름세는 녹녹치 않다. 석유류 제품과 공공서비스 요금이 오른 영향이다.
농축수산물의 안정으로 신선식품지수의 상승폭은 지난달 7.3%에서 이번달 0.2%로 떨어졌다. 그러나 생활물가지수는 이달에도 전년동월대비 5.6% 상승하며 올해들어 처음으로 5%대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상승폭 5.7%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지난 8월 생활물가지수가 2001년7월이후 최대수준으로 상승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월대비로는 우유(배달 11.7%, 시판 4.8%), 김치(7.4%), 도시가스(5.4%), 시내버스료(학생 5.4%, 일반 4.3%) 등이 상승세를 보였으며 전년동월대비로는 등유(30.3%), 경유(26.9%), 배달우유(26.0%), 전철료(19.6%), 시내버스료(학생 15.4%, 일반 12.3%), 도시가스(9.7%)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채소류의 가격안정세는 이어졌다. 배추가 전달보다 43.7% 떨어졌고 무(-43.6%), 시금치(-31.8%), 상추(-16.4%), 배(-15.2%) 등의 가격도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부추(24.8%), 포도(23.7%), 굴(17.5%), 감자(5.0%) 등은 오름세로 나타났다.
◇ 3%대 물가 목표 지켜질까
10월 물가가 전월대비 보합을 기록함에 따라 정부의 올해 물가 방어가 가능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여건을 종합해 보면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으로 서민들의 장보기는 여전히 힘겹겠지만 정부의 물가 방어선 3%대는 달성이 간신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봉익 재정경제부 물가정책과장은 “공공요금과 석유류 값의 상승분은 이미 다 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연말에 물가 불안요인은 크지 않다”며 물가방어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막판 복병은 남아있다. 가장 큰 요인이 12월로 예정된 담뱃값 인상이다. 정부는 12월 1일부터 담뱃값을 갑당 500원씩 올릴 예정인데 담뱃값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연간 0.31%로 적지 않다.
또 올해는 3%대로 넘어간다고 해도 내년초가 더 문제다.
최호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전체적인 흐름자체는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며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4%대, 연간으로는 3% 중후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고물가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또 "유가는 이미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공업제품의 경우 가중치가 높기 때문에 향후 고유가에 따른 가격 상승분은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