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우기자] "98년 닉스소프트를 인수할 때부터 메디다스(현 UBCARE)를 인수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매년 시무식 때마다 직원들을 모아놓고 메디다스를 꼭 인수하고 말겠다는 약속을 했죠. 처음에는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직원들이 회사가 본격적인 흑자로 돌아선 2002년이 되자 한 두명 씩 이 약속을 믿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에는 10년쯤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5년정도 앞당겨진 셈입니다.”
장내에서
UBCARE(32620)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시작한 엠디하우스 정좌락 사장은 UBCARE 인수를 5년전부터 계획했었다고 털어놨다. 정사장이 5년전 닉스소프트를 인수한 후 당시 전자챠트 시장의 1위 업체이던 메디다스(후에 UBCARE로 사명변경)와의 경쟁에서 겪어야 했던 고초와 수모가 M&A의 동기가 됐다.
◇“반드시 UBCARE 인수하겠다” 매년 시무식때마다 공언
UBCARE와 정좌락 사장의 ‘악연’은 98년 정사장이 닉스소프트를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사장은 포인트시스템이라는 의료용 영상기기를 업체를 운영하던 중 닉스소프트라는 부도난 전자챠트 개발업체사를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어 결국 인수까지 하게 됐다. 당시는 전자챠트 보급이 막 시작되던 시기로 메디다스의 ‘의사랑’이라는 제품이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던 때였다. 시가총액 4000억원에 육박하던 코스닥 등록업체의 브랜드와 당시 벤처대부로 손꼽히던 메디슨의 후광까지 등에 업은 메디다스를 상대로 한 경쟁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영업 현장에서 메디다스와의 갈등이 시작됐죠. 부도났던 회사라 언제 다시 문닫을 지 모른다는 둥, 홈페이지도 제대로 없는 회사라는 둥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며 훼방을 놓더군요. 한번은 업계 전문지에 ‘전자챠트는 의사랑뿐입니다’라는 노골적인 카피를 단 광고를 내기도 했죠”
영업현장에서 기가 죽어 돌아오는 직원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던 정사장은 곧바로 ‘소비자 불만이 이렇게 많은 전자챠트는 의사랑뿐입니다’ 라는 요지의 패러디 광고로 되받았다. 그러는 가운데 언젠가는 메디다스를 인수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은 굳은 다짐으로 커갔다.
정 사장은 UBCARE의 인수가 이같은 개인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털어놓으면서도 그보다는 더 큰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전자챠트 등 의료장비 기술의 잠재력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그런데 좁은 국내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더 큰 시장을 놓치고 있어요. UBCARE의 인수를 통해 대폭적인 구조조정과 경비절감, 효율적인 경영으로 충분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의사네트워크가 힘”.. 부도직전 업체를 200억대 회사로
정 사장은 UBCARE의 인수를 통해 의사 네트워크를 보다 강화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의료정보기기 업체의 고객인 의사들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정사장은 지난 10년의 사업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껴왔다.
UBCARE 인수의 발판이 된 엠디하우스의 성공사례도 이런 의사들의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결과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엠디하우스의 성공은 정사장에게 ‘부실기업 회생 전문가’라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달아줬다. 반면 UBCARE측은 엠디하우스의 사업모델을 ‘의사들을 상대로 한 독점대부업’이라고 비판한다. 아무튼 업계에서 대단한 화제가 됐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 부분을 정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의사들의 네트워크를 표방한 엠디하우스의 사업모델에 대해 막연한 동경과 호감을 갖고 있었어요. 당시에는 의료장비 사업으로 여력이 없었지만 언젠가는 꼭 제대로 해보고 싶은 사업이었고 그래서 설립때부터 2대주주로 참여했죠. 그러다가 설립자인 정동학 사장이 회사를 넘기고 싶다고 해서 2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회사를 인수하고나서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부실규모가 컸다. 자본금도 모두 바닥나고 회사에 남은 돈은 750만원. 설립자와의 친분을 믿고 제대로 실사를 하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 유일한 자산은 회원으로 가입한 1만명 남짓한 의사들이었다.
정사장은 여기서 ‘계’를 응용한 사업모델을 생각해냈다. 의사들이 개업이나 장비구입을 위해 신용대출만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억원도 채 안된다. 신용대출인만큼 금리도 비싸다. 그러나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돈을 갚지 않을 확률은 낮다. 회사가 보증을 서고 만일을 위해 의사들에게 종신보험을 가입케 해 보험금을 담보로 제공하면 훨씬 낮은 금리에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의사들에게는 별도의 회비를 받으면 되고 종신보험 중개를 통한 수수료도 든든한 수익원이 된다.
정 사장의 생각은 적중했다. 인수할 당시 매출 1.2억원에 자본금이 바닥을 드러냈던 회사가 2001년 14.5억원, 2002년 2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750만원 뿐이던 현금과 예금자산도 160억원으로 불렸다.
◇치과대학 다니다 그만두고 의료장비 사업...메디슨 인수도 계획
정좌락 사장은 농촌에서 고학으로 검정고시를 치러 전북대 치과대학에 입학한 의사지망생이었다. 본과 2학년때 학비를 벌기 위해 딱 1년만 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 10년째 사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
처음에는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일을 하다가 소프트웨어 제조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함께 망했다. 서울로 올라와 오피스텔에서 동생과 함께 생활을 하며의료장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 취급한 제품은 치과용 관리프로그램. 이 제품을 전국에 내다 팔며 종자돈을 모은 정사장은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방식의 X레이 장비를 개발, 사업을 안정 궤도로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97년 닉스소프트를 인수해서 전자챠트 사업에 뛰어들고 2000년에는 엠디하우스를 인수했다. 그리고 2003년 UBCARE의 지분을 장내에서 매입, 단숨에 최대주주가 됐다.
정사장은 앞으로 메디슨까지 인수해서 의사 네트워크와 의료장비 사업을 하나로 묶는 시너지를 구상하고 있다.
“국내의 의사가 10만명에 육박합니다. 그러나 모두 개별 사업자로 존재하기 때문에 비싼 값에 장비를 사고 자신의 신용도보다 비싼 이자를 물고 비싼 보험료를 냅니다. 이들을 네트워크로 조직하면 얼마든지 윈윈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정사장은 앞으로 의사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국내 최대의 벌쳐펀드를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닉스소프트, 엠디하우스, 유비케어를 인수해서 우량회사로 키워내는 일도 성공사례를 축적하기 위한 단계라는 설명이다.
정사장은 앞으로 UBCARE 경영진 해임을 위해 주총 특별결의 필요지분인 33.4%까지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사장은 “유비케어 직원 200명이 했던 일을 우리는 30명이 해냈다”며 “얼마든지 우량회사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지분인수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가 계속 오를 경우 인수비용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어차피 1만~2만원의 주가를 내다보고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인수단가가 1000원이든 2000원이든 큰 문제가 아니다”며 “그러나 현 상태에서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은 신주인수권 보유자들만 이득을 보는 일인 점이 걱정”이라고 대답했다.
경쟁사 지분 장내 매수를 통한 적대적 M&A. 유례를 찾기 힘든 정사장의 이 시도가 과연 성공할 지, 또 의사 네트워크를 통한 정사장의 사업구상이 제대로 맞아 떨어질 지 시장의 비상한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