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뿔소의 밀렵 방지를 위해 코뿔소 뿔에 ‘방사성물질’을 삽입하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코뿔소의 뿔은 밀렵꾼의 표적이 되어 각종 약재 등으로 만들어지는데, 방사성물질을 넣어 뿔의 가치를 낮추고 밀수되는 뿔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코뿔소 뿔에 방사성물질을 넣는 연구진. (사진=비트바테르스라트 대학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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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비트바테르스란트(WITS) 대학은 제임스 라킨 교수팀이 최근 동북부 림포포주 워터버그 지역에서 20마리의 코뿔소 뿔에 소량의 방사성물질을 주입했다고 밝혔다.
이 방사성물질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코뿔소의 건강이나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뿔을 갈아서 약재 등으로 사용되면 인체에는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리소토프 프로젝트’로, 코뿔소 뿔에 삽입된 방사성물질은 항구나 공항, 육로 등 국경을 넘을 때 방사선 탐지기에 탐지될 수 있다. 야생동물 밀수를 방지하기 위한 인프라는 현저히 부족하지만, 전 세계에는 핵 안보 등을 위해 방사선 탐지기를 갖추고 있어 밀수를 시도할 시 금세 발각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판단하고 있다.
| 코뿔소 뿔에 방사성물질을 넣는 연구진. (사진=비트바테르스라트 대학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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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킨 교수는 “남아프리카에서는 20시간 마다 코뿔소 한 마리가 뿔 때문에 죽는다”며 “밀렵된 뿔은 전 세계로 밀매되어 전통 의약품이나 지위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코뿔소 뿔은 현재 암시장 거래에서 금, 백금, 다이아몬드, 코카인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코뿔소 뿔의 가치를 낮추는 동시에 국경을 넘어 밀수되는 뿔을 더 쉽게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대륙 코뿔소의 80% 가까이 서식하는 남아공에서는 전통 의학에서 코뿔소 뿔을 약재로 사용하는 아시아 지역의 수요 탓에 코뿔소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코뿔소 밀렵으로 남아프리카에서는 1만 마리에 가까운 코뿔소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남아공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에만 499마리의 코뿔소가 밀렵돼 전년도보다 11% 증가하는 등 매년 코뿔소 밀렵은 늘어나는 추세다.
라킨 교수는 “뿔이 성장하고 방사성 핵종의 반감기 때문에 5년마다 방사성물질을 보충해줘야 한다”면서 “밀렵 방지를 위해 18개월마다 뿔을 잘라내는 방법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