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으로 4억 아파트를"…전셋값 오르자 '갭투자' 시동거나

전셋값-매맷값차 줄자, 송파·강서·강동 갭투자 늘어나
강서 장미 전용 49㎡, 1.6억에 갭투자
"전세수요 증가는 거래절벽 방증…집값 높아 갭투자 한계 '기우'"
  • 등록 2024-04-16 오전 9:02:17

    수정 2024-04-16 오후 7:13:41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전셋값이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갭투자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매맷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줄어든 일부 단지나 GTX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아파트 가격이 13주 연속 하락을 보인 가운데 한 시민이 26일 서울 부동산업소 앞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1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연초 이후 갭투자 매매거래가 증가한 지역은 △송파구(31건) △강서구(19건) △성동구(19건) △강동구(18건) △동작구(16건)으로 나타났다.

갭투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을 말한다. 아실은 아파트 매매 후 직접 거주하지 않고 3개월 내 전·월세 계약을 체결하면 갭투자로 분류한다.

실제로 송파구 거여5단지 전용 59㎡는 지난 1월 7억37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두달뒤 4억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3억3700만원에 갭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강서구 방화동 장미 전용 49㎡는 3억9500만원에 팔렸는데 한달뒤 2억31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불과 1억6400만원에 갭투자가 이뤄졌다.

주로 입지가 좋은 지역의 나홀로 단지, 서울 외곽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가 대상이다. 매맷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줄어들수록 갭투자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1년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아파트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 동향에 따르면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6% 올랐다. 상승폭은 다소 축소됐지만 지난해 5월 넷째주 이후 4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첫번째 주부터 1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다 3월 보합세로 전환후 3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GTX 호재나 입지가 좋은 곳은 일부 갭투자가 나오지만 활발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전세사기 여파, 영끌족 경매 물건 증가 등으로 수요자들이 신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다는 점도 갭투자 증가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의 전세가율은 47.51%로, 지난해 3월 47.04%와 비슷한 수준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전셋값이 올라가고 있지만 상승폭이 크진 않다”면서 “전세는 임대차 기간이 있기 때문에 전셋값과 매매값은 동반 상승하지 않고 시차가 존재한다. 1년 연속 올랐으니 불안해지는 시기인 건 맞지만 전세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은 너도나도 매매를 안한다는 얘기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주택가격 자체가 높기 때문에 갭투자가 많진 않다”면서 “집값이 낮은 지방에서 GTX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갭투자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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