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계약에 사업 진출·투자도 잇달아…‘분리막 시장’ 꿈틀

SKIET, 북미·기타 해외 지역에 분리막 장기 공급
‘분리막 시장’ 2020년 36억달러→2030년 219억달러
도레이첨단소재도 분리막 기업 인수하며 시장 진출
IRA로 북미 진출 고려…“특허 장벽 구축 필요 있어”
  • 등록 2023-06-05 오전 9:44:06

    수정 2023-06-05 오전 9:44:06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해외 공급 계약까지 맺었고, 도레이첨단소재는 관련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면서 분리막 시장에 본격 진출을 예고했다.

(표=SNE리서치)
5일 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지난 2일 북미·기타 해외 지역에 배터리용 분리막을 장기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오는 10월부터 2030년 9월까지 총 7년이다. 계약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공시 기준 금액이 연 매출액의 2.5%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계약 금액은 최소 146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분리막은 배터리 내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는 ‘벽’과 리튬이온의 ‘통로’ 역할을 하는 소재다.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게 되면 전기가 아닌 열에너지가 발생해 화재의 위험이 있어 배터리의 안전성을 위해 분리막을 사용해 둘 사이를 막아 놓는다. 그러면서도 두께는 얇아야 하는데, 그래야만 양극과 음극에 더 많은 재료를 넣어 배터리 성능을 향상할 수 있어서다.

전세계 분리막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리란 게 업계 전망이다. 특히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강화한 분리막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분리막의 시장 규모를 2020년 36억달러(4조7000억원) 수준에서 연평균 성장률 20%씩 성장해 2030년 219억달러(28조6000억원) 수준에 달하리라고 예상했다.

SKIET는 이번 계약으로 북미 지역 내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북미 공장 건설에도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북미 진출이 확정될 시엔 2027년까지 분리막 공장 건설을 마무리 짓고, 2028년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SKIET는 지난 2021년 유럽 내 최초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생산공장을 구축, 현재 제1공장을 운영하면서 제2~4공장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앞서 SKIET는 지난달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3억달러(4000억원)를 확보하기도 했다. 3억달러 중 2억달러는 IFC 자체 자금이고 1억달러는 민간은행의 참여를 통한 조달이다. SKIET는 IFC 차입을 계기로 폴란드 공장 증설을 포함해 앞으로 북미 투자 진행에 쓰일 자금 조달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도레이첨단소재의 분리막 제품 사진 (사진=도레이첨단소재)
최근엔 도레이첨단소재도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한국(도레이BSF한국)의 지분 70%를 인수하고 분리막 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도레이BSF한국은 배터리 분리막의 글로벌 선도기업인 일본 도레이의 핵심 생산 거점이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전기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분리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번 인수를 통해 고객 요구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국내 업체들은 지난 3월 말 발표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항목에서 분리막이 ‘배터리 부품’에 포함되자 북미 진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국내 분리막 업체들이 중국·일본 분리막 업체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기술 투자를 통한 특허 장벽을 구축하는 데 이어 미국 시장에 시기적절하게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분리막 소재와 함께 양극박, 동박, 전해액 유기용매 등 배터리 핵심 소재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동시에 미국·유럽 등 해외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LG화학은 자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코팅 기술력과 차별화된 원단 기술을 보유한 도레이와 협업으로 분리막 시장에서 한국·유럽·미국 시장까지 입지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IRA로 분리막 업체들이 필수적으로 미국에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중국 업체가 장악했던 시장 점유율을 한국·일본 기업들이 차지할 기회가 생겼다”며 “IRA 발효의 중장기적 효과는 미국 배터리 시장 선점에 큰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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