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는 성장통…코인 산업은 키워야”

가상자산거래소 프로비트 도현수 대표 인터뷰
루나 폭락 리스크 고려해 상장 안 한 거래소
“루나 반면교사로 시장 자정작용 강화될 것”
“엄정 수사·공시 강화하되, 시장은 키워야”
  • 등록 2022-06-06 오후 1:01:55

    수정 2022-06-06 오후 9:18:41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루나 사태는 코인 시장의 성장통입니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코인 시장의 자정 작용이 더 강화될 것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 프로비트를 운영 중인 도현수 오션스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번 사태 이후 시장이 지금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만든 루나의 폭락으로 코인 시장이 주춤하지만, 이번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약(藥)이 될 것이라는 게 도 대표의 전망이다.

가상자산거래소 프로비트를 운영 중인 도현수 오션스 대표. △1974년 출생 △서울대 전기공학과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MBA △사법연수원 30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오션스 대표(2018년~)(사진=방인권 기자)


앞서 대다수 가상자산거래소가 루나 코인을 상장했지만, 프로비트는 루나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상장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도 대표 등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이 참석한 당정 간담회에서 ‘거래소들이 프로비트처럼 철저히 심사해 상장하지 않았다면 루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도 대표는 “루나는 테더·USDC 같은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현금 담보가 없었다”며 “현금 담보도 없는데 버블이 꺼지고 가격이 폭락할 위험성이 커 상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1달러=1테더’처럼 코인 가격을 달러에 고정시키기 위해 현금 담보를 두고 있다. 하지만 루나는 현금 담보 없이 코인을 무제한 발행해, 코인이 폭락하면 가격 방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도 대표는 “다른 가상자산거래소는 당시에 루나가 주목받는 메이저 코인이라서 대체로 코인을 상장했다”며 “루나의 위험성이 당시 시장에 정확히 전달이 안 됐다”고 돌이켰다. 루나 피해자들은 권 대표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도 대표는 “고의로 투자자들을 속였는지 여부, 루나 먹튀를 공모했는지 여부는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도 대표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코인 공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루나 구조나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했다면 대규모 피해까지는 없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이 다른 점을 정확하게 공시를 해야 한다”며 “투자자 오해가 없도록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상장·상장 폐지, 코인 위험도 공시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도 대표는 “루나를 잡겠다고 전체 가상자산 시장을 옥죌까 걱정이 많다”며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루나 문제가 있다고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옥죄는 것은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에서다. “국정과제에 언급한 대로 코인 산업은 키워야 한다”는 게 도 대표의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에서 가상자산 범죄는 엄단하되 시장 성장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도 대표는 올해 1순위 사업 목표에 대해선 원화거래를 위한 ‘실명계좌 확보’라고 답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이외 거래소는 원화거래가 불가능하다. 도 대표는 “최근에 은행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실명계좌를 받고 원화거래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리하고 안전한 거래 환경을 준비 중”이라며 “고객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거래소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나와 테라USD(UST) 코인 가격이 불과 몇일 만에 폭락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코인마켓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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