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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본능 트럼프 vs 침착 대응 바이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29일 밤 9시(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첫 TV 토론에서 시종일관 격렬하게 맞붙었다. 관록의 진행자로 명성이 높은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가 진땀을 뺐을 정도였다.
두 후보는 시작부터 격돌했다. 바이든 후보는 당선시 보수 색채가 강한 대법원을 변화시킬지 묻는 질문에 확답을 피한 채 “투표하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라고 하자 바이든 후보는 “입 좀 닫아라”고 강하게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질세라 “바이든 후보는 대법원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 것”이라고 맞섰고, 바이든 후보는 “마음대로 떠들어라”고 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불복’ 이슈도 다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몇 달간 결과를 알지 못할지 모른다”며 “지지자들에게 투표장에 가서 주의 깊게 지켜보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편투표는 부정선거의 소지가 크다는 기존 주장을 근거로 불복 가능성을 또 내비친 것이다. 미국 대선은 한쪽이 패배를 인정해야 끝난다. 그렇지 않으면 연방대법원 등으로 공이 넘어갈 수 있다. 이는 이번 대선의 최대 불확설성으로 꼽힌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내가 (대통령 당선자가) 아니라면 그 결과를 지지할 것”이라며 승복 입장을 분명히 했다.
코로나19 책임론, 경제 침체 등 화두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와 경제 문제를 두고서도 격돌했다.
그는 또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셧다운 시킬 것”이라며 “경제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과정을 ‘K자형’으로 설명하면서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 기간 돈을 잘 벌었다”며 “나머지 대부분은 경제가 회복돼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신규 감염자와 사망자가 많다”며 “코로나19부터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상 밖 미국의 팬데믹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계획이 없었다”며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집권하면 ‘큰 정부’를 추진하겠냐는 질문에는 “(증세를 통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여러 세금을 없앨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경제 세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의혹 역시 다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세금을 냈고 그 근거가 있다”며 “합법적으로 절세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 후보는 첫 주제였던 연방대법관 지명 문제을 두고서도 여러차례 충돌했다.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별세 이후 대선 승자가 지명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명을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선거에서 이겼다”며 “우리는 상원을 갖고 있고 백악관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연방대법권 지명은 당위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미국 국민은 누가 대법관 지명자가 될지 말할 권리가 있다”며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를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 집행’의 중요성을 수차례 거론하면서 “바이든 후보는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도 못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극렬 좌파 지지자들을 전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조롱투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점을 불태우고 사람을 죽이는데 이게 무슨 평화시위냐”고 몰아쳤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자”라며 “국민을 단합시키기는커녕 분열시키려고만 하는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예상대로 상대방을 헐뜯는 ‘난타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말을 줄기차게 끊었다.
사회를 맡은 월리스는 6개의 토론 주제 중 절반이 지났을 때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공방이 끝날 줄 모르자 “미리 정한 6개 주제를 (시간 내에) 다뤄야 하기 때문에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을 무한정 줄 수 없다”며 “상대 후보 말을 좀 들어 달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월리스는 시종일관 토론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내가 목소리를 높이는 건 싫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토론 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진행’을 다짐했지만 허사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본능’을 내뿜은 건 판을 흔들어 놓고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토론 내내 수차례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자신의 발언 때는 트럼프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고 침착하게 말을 이어가려 했다. 그 와중에 이를 중재할 임무를 맡은 월리스가 가장 진땀을 뺐다.
월리스는 지난 대선인 2016년 당시 TV 토론에서 마지막 토론 사회를 맡은 앵커다. 안정감 있는 진행자라는 평가 속에 이번에는 첫 토론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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