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큰별 지다…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별세

벤처기업협회 설립해 5년간 초대회장 지내
1997년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기여, '한국 일으킨 엔지니어' 선정
카이스트 교수로 기업가정신 설파, 서울아산병원에 빈소 마련
  • 등록 2019-08-03 오후 1:45:05

    수정 2019-08-03 오후 5:18:42

고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한국은 정부 규제로 인해 이미 유니콘 보유국 5위에서 3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지금이라도 규제 완화를 통해 유망한 업체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28일. 기자는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카이스트 교수)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은 후 ‘유니콘 강국의 조건’ 기획 기사에 충실히 반영했다. 그리고 이는 기자가 다룬, 이민화 명예회장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우리나라 ‘벤처업계 대부’ 이민화 명예회장이 3일 향년 66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1953년 대구 출생인 이 명예회장은 197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부터 4년간 대한전선 연구원으로 일한 그는 1985년 우리나라 벤처업계 1세대 기업인 메디슨을 창업했다. 메디슨은 국내 최초로 초음파진단기를 출시하는 등 현재까지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을 이끌고 있다. 메디슨은 이후 삼성전자에 인수돼 삼성메디슨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명예회장은 메디슨 경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우리나라 벤처업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해왔다. 1995년에는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해 5년간 초대회장을 지냈다. 그가 설립한 벤처기업협회는 현재 회원사 약 1만 4000개를 보유한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특히 그는 1996년 벤처기업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코스닥 설립을 주도했으며, 이듬해엔 벤처기업 육성을 명시한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에도 기여했다. 2000년에는 한국기술거래소 초대이사장에 부임하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은 2006년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함께 서울대·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한국을 일으킨 60인의 엔지니어’에 선정됐다. 그는 2009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초대 중소기업옴부즈만 기업호민관으로 재직했다. 2009년 6월 이후 모교인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써왔다.

그는 유라시아네트워크 이사장과 청년창업포럼 명예회장,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지냈다. 2013년부터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을 맡아왔다. 우리나라 벤처업계를 이끌어온 공로로 △금탑산업훈장 △철탑산업훈장 △제1회 벤처기업 대상 △중소기업 최고경영자상 △한국능률협회 한국 경영자상 등을 받았다.

한편, 이 명예회장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2호실에 마련됐다. 유족과의 협의를 통해 벤처기업협회 장으로 진행한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036930) 회장과 남민우 다산네트웍스(039560) 회장 등 10여명이 공동 장례위원장이다. 발인은 6일 오전에 예정한다. 장지는 에덴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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