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검열단' 담긴 계엄령 문건…전두환 신군부와 판박이

박근혜 기무사의 계엄령 계획…언론 통제 담겨
계엄사, 보도검열단 9개반 편성…원본 검열 계획
'택시운전사' '1987' 속 모습과 유사
  • 등록 2018-07-21 오전 11:00:13

    수정 2018-07-21 오전 11:00:13

전두환씨가 1980년 9월1일 제1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정부기록사진집)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비상계엄 선포될 경우 언론 보도를 사전에 검열하고 각 언론사에 보도통제 요원을 배치할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두환·노태우 신군부가 1980년대 자행했던 보도 통제와 유사한 방식이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 부속 문건인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20일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계엄선포와 동시에 발표될 언론·출판·공연·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열 공보문과 각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 계획이 담겼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계엄사령부는 보도검열단 9개반을 편성해 신문 가판, 방송·통신 원고, 간행물 원본, 영상제작물 원본을 제출받아 검열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시 시위 과격화 등 혼란상황을 가정해 기무사가 세운 이 계획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1987’과 ‘택시운전사’에서 묘사된 군사정권의 언론정책과 흡사하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 및 포고령을 발포하면서 어떤 기사도 검열 전에는 보도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폐간을 경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열제도 아래에서 5·18 광주항쟁은 발생 당시 언론에 보도되지 못했다. 계엄사는 군의 발포 등 강경진압을 다룬 보도 내용에 빨간선을 그어 삭제를 지시했다. 신군부는 보도지침을 내려 언론자유를 막기도 했다.

영화 ‘1987’에서는 신문사 사회부장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접한 뒤 격분해 편집국 칠판에 적힌 보도지침을 지우는 장면이 나온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 발표에 따라 정부는 “박군이 쇼크사했다”는 보도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은 1987년 직선제 도입이 담겨있는 6·29 선언 이후 폐지됐다.

최근 기무사 개혁위원회가 ‘기무사 해체’까지 거론한 것은 ‘기무사가 과거 군부독재 시절 보도통제를 재현하려는 등 시대와 동떨어진 인식에 머물러있다’는 비판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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