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일본산 소맥 '홋피'

보리주정청량음료 홋피에 소주 '홋피맥주'
2000년대 복고풍 열풍 힘입어 매출 급반등
  • 등록 2017-08-12 오전 11:00:00

    수정 2017-08-12 오전 11:00:00

홋피 (사진=홋피비버리지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여기 소주 하나 맥주 하나 주세요. 잔은 맥주잔만 주시고요”

회식의 시작이다. 언제부터인가 회식의 첫 잔은 항상 ‘소맥(소주+맥주)’다. 첫 잔을 마시고 이후에는 소주만 마시던 맥주만 마시던 상관없지만 어찌 됐던 회식의 시작은 소맥이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에도 소맥이 있을까. 정답부터 말하면 있다. 바로 ‘홋피(Hoopy·ホッピ―)맥주’다. 정확하게는 소맥과 거리가 있지만, 맛이나 겉모습만큼은 소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홋피맥주는 보리주정으로 만든 청량음료 홋피와 일본 소주 섞은 일종의 칵테일이다. 1948년 코크카음료주식회사(현 홋피비버리지주식회사)에서 탄생한 홋피는 그림의 떡이라고 할만큼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웠던 맥주 대용품으로 출시 초반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40~50년대를 지나 1970~80년대 일본 경제부흥기에 들어서면서 홋피 매출은 바닥을 쳤다. 홋피 대신 대중화된 맥주는 물론 샴페인이나 와인 등 수입주류 인기에 밀렸다.

홋피는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품질 개선에 집중했다. 생산시설을 근대화하는 한편 독일 뮌헨대학에 있는 수천 종류의 효모 중에서 홋피에 맞는 효모를 구입해 사용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1990년 후반까지 홋피의 암흑기는 이어졌다.

결국 코크카음료는 철치부심 끝에 1990년대 중반 사명을 홋피비버리지주식회사로 변경하고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나섰다. 브랜드 강화 노력과 일본 내 복고풍 열풍에 힘입어 홋피는 2000년 다시 매출이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2003년 이후에는 4년 연속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홋피의 장점은 소주에 따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고구마 소주, 쌀 소주, 보리 소주, 시소 소주 등 다양한 소주들이 있는데 뭐하고 섞는지에 따라 맛도 다르다.

홋피맥주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소주와 홋피를 각각 1 대 5 비율로 섞으면 된다. 이 때 소주는 25도 정도가 적절하다. 25도 소주 1잔 분량에 홋피 5잔 분량을 섞으면 알코올 도수는 5도로 맥주와 비슷하게 된다. 최근 국내 일부 이자카야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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